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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농·수협 조합장 동시선거 ‘정책실종’…‘돈 난무’ 여전

등록 2015-03-09 20:39수정 2015-03-09 21:24

토론·연설회 금지 `‘깜깜이 선거’
금품·식사제공 등 벌써 675건
“위탁선거법 손질해야 개선”
오는 11일 처음으로 실시되는 전국 조합장(농협·수협·산림조합) 동시선거에서 조합장 후보가 1명뿐인 ‘무투표 조합’이 10%를 훌쩍 넘는 반면, 상당수 지역에서 예전 개별 선거 때처럼 불법·혼탁 선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가 ‘무관심’과 ‘과열’로 양극화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동시선거를 시행하는 주목적인 정책선거 자체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많아 선거 뒤 법률 개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겨레>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번에 선거가 이뤄지는 전국 1326곳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 가운데 15.4%인 204곳이 ‘무투표 조합’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 전체 당선인 3952명 가운데 무투표인 경우가 229명으로 5.8%였던 것에 견주면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들 조합은 단독 후보자에게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투표 없이 당선인이 확정된다. 지역별 무투표 조합을 보면, 광역시에서는 부산이 24개 조합 가운데 8곳(33.3%)으로 가장 높았고 광주는 조합 17곳 가운데 1곳(5.9%)뿐이어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도 단위에서는 전남이 179개 조합 가운데 35곳(19.6%)으로 가장 높았고 충북이 72곳 중 7곳(9.7%)으로 가장 낮았다.

이처럼 무투표 조합이 많은 이유는 현행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이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극히 제약해 현직 조합장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을 후보자 본인만 할 수 있는데다 예비후보 등록이 따로 없어 선거운동 기간이 13일에 불과하다. 또한 후보자들의 정책·정견을 톺아볼 수 있는 공개토론회·합동연설회 자체가 금지돼 있어 오로지 선거벽보와 공보물, 명함·어깨띠·전화·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만 허용돼 있다. 충남의 한 농협에 출마하려다 포기한 박아무개씨는 “조합장들은 후보 등록 전에도 행사에 마음대로 다닐 수 있지만 우리 같은 경우는 꼼짝 못하고 있다가 선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곳 또한 현직 조합장이 단독 후보로 등록해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조합이다.

무투표 조합들이 잇따르는 상황과 반대로 금품이나 식사를 제공하는 따위의 돈선거·혼탁선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9일 현재 전국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선관위에 적발된 경우는 모두 675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165건이 형사고발 또는 수사의뢰됐다. 특히 기부행위로 적발된 경우가 전체 675건 중 262건으로 38.8%를 차지해 여전히 돈선거가 뿌리뽑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전에 견줘 이번 동시선거가 유달리 혼탁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10년 동안 중앙선관위에 적발된 사례 가운데 법 위반 정도가 무거워 형사고발·수사의뢰가 된 비율은 33.5%다. 이번 동시선거에서는 아직 선거운동 기간이 남았지만 24.4%로 오히려 낮다. 중앙선관위 쪽은 “조합장 선거에서는 유권자 표를 돈으로 매수하는 노골적인 불법행위가 남아 있어 혼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깜깜이 선거’와 ‘돈선거’로 대별되는 현행 조합장 선거를 개선하려면 위탁선거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예비후보 등록과 선거운동 허용, 후보자 초청 토론회 시행을 규정한 위탁선거법 개정안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호중 지역재단 농협연구교육센터장은 “이번 동시선거 시행의 목적이었던 정책선거 유도는 사실상 실패했다. 정책선거를 할 수 있는 길을 위탁선거법이 묶어 놓는 바람에 기존의 선거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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