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선거법 개정 박차

좋은농협만들기 운동본부 상설화
개혁성향 조합장 당선자들과 연대

사상 처음 열린 전국 조합장 동시선거에서 농협 개혁과 정책선거를 약속했던 후보 60명이 당선했다.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들과 뜻을 모아 불공정한 선거법 개정과 농협 개혁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좋은농협만들기 정책선거실천 전국운동본부’(운동본부)는 농협 개혁과 정책선거 실천을 다짐한 협약에 서명한 후보 187명 가운데 60명이 당선했다고 12일 밝혔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8명으로 가장 많고 전북(10명)·충남(9명)·경남(8명) 등의 차례다. 당선자 60명에는 농협 현직 조합장 가운데 지역조합과 농협중앙회 혁신을 깃발로 내걸고 지난해 2월 창립한 ‘정명회’ 회원 6명도 포함돼 있다.

비록 조합장 100명에 5명꼴이지만 개혁 성향 후보자들의 당선은 앞으로 지역농협 변화의 물꼬를 틀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만 배불리고 농민은 죽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구조적인 문제가 많았지만, 그동안 개별적으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악습을 깨뜨리려는 후보들이 한데 뭉치기 어려웠던 탓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선거에 대해 논평을 내어 “농협 개혁을 바라는 농민들의 열망이 강하게 표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운동본부는 지난 1월 정책선거를 유도하기 위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함께 19가지 개혁 공약과 공명선거 다짐을 했다. 19가지 공약에는 조합의 민주적인 운영과 조합원 교육 강화, 맞춤형 장기발전계획 수립, 조합 사이 협동·연대, 조합장 직선제를 통한 중앙회장 선출 등 농협 개혁의 핵심이 담겼다. 박진도 운동본부 상임대표(지역재단 이사장)는 “정책선거를 약속한 후보들이 60명이나 당선돼 앞으로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협동조합으로 농협이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오는 19일 회의를 열어 운동본부를 상설 조직으로 전환한 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 전면 개정 활동을 펼 참이다.

농협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뒷북 대책도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농식품부는 지난 11일 조합장의 과도한 권한과 무자격 조합원 정리 미흡, 선거운동 방식 등의 개선 방안을 올해 10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 위탁선거법 제정 때부터 줄곧 지적됐던 문제들을 선거 뒤에야 바로잡겠다고 나선 셈이다. 현직 조합장에 유리한 선거운동 조항 탓에 농협 조합장 당선자 1115명 가운데 현 조합장이 53.6%(598명)에 이른다. 이호중 지역재단 농협연구교육센터장은 “잘못된 관행을 바꾸겠다며 동시선거를 치르면서 선거제도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도 농민·조합원 탓만 하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조합장 당선자 가운데 3명이 구속된 것을 비롯해 180여명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 수십곳에서 재선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부터 최근까지 조합장의 당선 무효로 16차례 재선거가 치러졌다.

세종/전진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