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광주시가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대안으로 제시한 4개의 방안을 두고 시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총사업비 증가로 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저심도 원안에 찬성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1호선에 매년 300억원의 재정보전금이 지원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2호선 총사업비가 증액돼서는 안 된다. 4가지 대안 가운데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은 무엇이 돼야 할까?
나는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자동차가 불편한 도시’를 들고 싶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은 지구 환경 문제를 고려해 차 이용을 억제하는 쪽으로 교통정책을 세우고 있다. 주차요금을 올리고, 도심 혼잡통행료를 물리는 것도 교통수요를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자전거 이용을 독려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 관점에서 트램(노면 전차) 건설 방식이 도시철도 2호선에 적합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트램은 도로 궤도 위를 달리는 전차로, 전기로 움직이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자동차에 밀려 사라졌던 트램은 1980년대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다시 도입되기 시작했다. 과거 자동차와 뒤엉켰던 방식과 달리, 요즘은 독립적인 레일을 깔아 제시간에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게 됐다. 트램의 너비는 2~2.65m에 불과하다. 폭이 넓은 도로엔 중앙 2개 차선에 레일을 깔고, 좁은 곳은 지하로 들어가면 된다. 트램 신호와 도로 신호를 연계해 신호를 주면 체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
광주에 트램을 도입하면 자동차를 운전하기 힘든 노약자나 장애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이 편해진다. 현재 광주의 65살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11.2%이지만, 도시철도 2호선이 완공 예정인 2025년엔 17.3%로 증가한다. 트램은 역간 거리도 저심도형의 1㎞에서 500m로 줄일 수 있어 이용하기 편리하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처럼 트램 이용객이 늘면 환승수단인 시내버스 이용객도 는다.
차가 막히기 때문에 도로를 더 뚫는 교통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더욱이 트램은 저심도 지하 방식보다 사업비를 40% 정도 줄일 수 있다. 공사 기간도 지하형보다 50% 정도 덜 든다. “시장 임기 내 착공”보다 교통약자들을 위한 철학이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 결정의 주요한 원칙이 돼야 한다. 자동차보다 사람이 살기 좋은 교통체계를 가진 도시로 가려면 무엇보다 시민들의 공감이 필수적이다.
정대하 기자
정대하 기자
연재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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