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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 엄마보다 더 장사 잘하는 것 같아”

등록 2016-03-24 09:55수정 2016-03-24 11:05

삼촌의 과일가게에서 12년 동안 일해온 조준영씨가 포장딸기를 진열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삼촌의 과일가게에서 12년 동안 일해온 조준영씨가 포장딸기를 진열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신원시장 20~30대 상인 3인, 재미·친절·덤 3인3색 가업잇기
“봄딸기는 육보죠. 육보 품종은 육질이 단단하고 새콤해요.” “그럼 이쪽 딸기는?” “그건 설향 품종인데 육질이 부드러워요.” “세살배기 손녀딸이 집에 온다고 해서 딸기 사러 왔는데 어떤 게 좋을까?” “애가 먹긴 설향이 좋죠.” “현금영수증도 되나?” “물론이죠.” 60대 아주머니의 이어지는 질문에 신원시장 ‘영광과일’의 조준영(32)씨는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이어간다. 조씨는 마치 식구 대하듯 편하게 손님을 대한다.

조준영씨의 과일가게 경력은 12년. 삼촌이 운영하는 과일가게가 조씨의 일터다. 2003년 지방소도시 고등학교를 다니던 조씨는 직업훈련소에서 사고로 손가락 3개를 잃었다. 학교도 중퇴하고 한참을 방황했다. 과일가게 하던 삼촌이 실의에 빠진 조카를 무작정 불러 올렸다. 삼촌은 조씨에게 진열부터 재고관리까지 과일가게 운영에 필요한 것을 일일이 가르쳤다.

어린 나이에 장애를 안은 조씨가 전통시장에서 손님을 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장애를 감추려고 한동안은 장갑을 끼고 손님을 맞았어요. 이젠 손님들과 가족처럼 편하게 지내면서, 아픈 손을 숨기지 않고 내밀 수 있어요.” 조씨가 손님을 편하게 대하게 되자 모든 게 바뀌었다. 지난해부터 조씨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더울 땐 포도·키위 등 생과일주스, 추울 땐 모과·생강 등 수제차를 만들어 파는 일이다. 다양한 과일잼도 곁들인다. “큰 벌이는 안 되지만 손님들에게 좋은 서비스이고, 우리 가게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원재료 과일이 싱싱하고 양도 많아 손님들 반응도 좋은 편이다.

조씨에겐 자기 가게를 여는 꿈이 있다. 하지만 그 시기는 먼 미래다. “경기가 좋지 않아 독립은 한참 뒤에나 생각해보려 해요. 당분간은 삼촌 가게 잘되게 하는 데 힘 보태고 싶어요.”

삼촌 조경선(50)씨는 조카 같은 젊은이들이 전통시장에 더 많이 들어왔으면 한다. “우리 시장 청년상인들을 보면 성실하고 친절하고, 손님 발길 끌려고 노력도 많이 하죠. 이런 젊은이들이 많아지면 시장도 젊어질 거예요.”

매장번호: 신원시장 B-25호 전화: (02)856-7475 인기품목: 신선과일, 과일주스 영업시간: 오전 9시10분~오후 11시 휴무일: 매월 둘째 화요일]]>

분식점 ‘오떡순’의 유재영씨(가운데 사진)가 어머니와 함께 튀김을 준비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분식점 ‘오떡순’의 유재영씨(가운데 사진)가 어머니와 함께 튀김을 준비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저랑 가위바위보 해서 이기면 튀김 하나 더 드려요.” “정말요?” 신원시장 대표 맛집으로 꼽히는 분식점 ‘오떡순’의 유재영(32)씨는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손님에게 오징어튀김 하나를 더 얹어 준다. 핫도그를 주문한 손님에게는 케첩으로 예쁜 꽃을 그려주는 ‘케첩아트’를 선사한다. 20대 여성에겐 명품 로고를, 삼일절엔 태극기를 그려주기도 한다. 손님의 미소에 유씨의 입꼬리도 올라간다. 유씨는 2009년부터 부모와 함께 ‘오떡순’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에서 안경광학을 전공해 졸업하고 1년간은 안경점에서 일했다. 안경점을 열고 싶었지만 2억~3억원의 창업 비용에 고민이 깊었다. 그즈음 30년간 분식점을 운영한 부모님이 새롭게 신원시장에 분식점을 열어 안정될 때까지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처음에 발목을 잡혔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유씨는 선택에 고민했지만 결과에는 만족해했다. “하루 근무시간이 무려 16시간이고 쉬는 날도 한 달에 하루뿐으로 무척 힘들죠. 내가 빠지면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지 아니까 차마 가게를 떠날 수 없었어요.” 유씨는 지금도 손이 많이 가고 온종일 불 앞에 서 있어야 하는 튀김 만드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유씨는 도토리묵 납품 일도 시작했다. 외삼촌이 만든 묵을 음식점에 공급하는 일은 돈보다는 사업 경험을 쌓는 과정이기도 하다. 유씨는 여건이 되면 시장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전통시장은 노력하는 만큼 벌 수 있는 곳이지만 사람들 인식 수준이 여전히 낮아 힘들어요.” 유씨가 다른 일을 찾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전통시장이 잘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도 여전히 챙긴다. 원칙을 지키지 않고 진열 정지선을 어기거나 손님을 대하는 태도 등이 상인이 고쳐야 할 점이다. 전통시장 물건은 무조건 싸야 한다고 생각하는 손님의 인식도 바꾸고 싶다.

아버지 유창록(60)씨는 아들이 가게를 완전히 물려받길 바란다. 전통시장을 기반으로 한 창업은 큰 손실을 보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처럼 가업을 이어야 하거나 전통시장에서 창업하는 청년들을 교육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지원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바람이다.

매장번호: 신원시장 B-32호 전화: (02)6083-7600 인기품목: 떡볶이, 순대, 튀김, 묵사발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10시30분 휴무일: 매월 둘째·넷째 화요일

신원시장에서 가장 젊은 이승규씨가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며 생선을 손질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신원시장에서 가장 젊은 이승규씨가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며 생선을 손질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생선이 왜 이렇게 없지?” “다 팔린 거죠.” “총각이 재주가 좋네, 엄마보다 장사를 더 잘하는 것 같아.” 오후 5시 무렵 신원시장 이승규(27)씨 생선가게 ‘동해수산’엔 진열 생선들이 거의 다 팔려 대부분의 상자엔 얼음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손님들은 찾던 생선이 없어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리면서도 “젊은 사람이 장사 참 잘해”라고 칭찬 한마디를 잊지 않고 남긴다. 오가는 손님도, 주인 이씨도 모두 표정이 밝다. 가게를 찾는 손님은 할머니, 젊은 엄마, 심부름 온 초등생, 다문화가정 주부 등 연령과 계층도 다양했다. 2~3분에 한 명꼴로 생선을 찾을 정도로 손님도 많았다.

이씨는 신원시장에서 가장 젊은 상인이다. 이씨와 신원시장은 인연이 깊다. 부모님은 이씨가 어릴 때부터 줄곧 신원시장에서 생선가게를 꾸려왔다. 하지만 자신이 가게를 이어받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대학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힘겹게 가게를 운영해오던 어머니가 2년 전 암 판정을 받았다. 마침 이씨는 대학 졸업 뒤 취직한 여행사를 그만두고 새 진로를 찾던 중이었다. 외아들인 그는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외면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이씨가 장사를 잘할 것 같다며 가게를 이어받기 원했다. “운때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상황이 제가 가게를 할 수밖에 없게끔 돌아갔어요.”

이씨는 고민을 오래 하지 않았다. “꼭 해야 하는 상황이면 독하게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일단 가게를 운영해 보겠다고 정한 뒤부터는 어떻게 잘할 것인지만 고민했다. 생선을 받아서 판매하던 기존 방식부터 바꿨다. 직접 물건을 떼오기 위해 차를 구입했다. 부모님이 알던 분들의 도움으로 노량진 경매시장에서 물건을 받아 올 수 있었다. 노량진 경매시장은 주로 밤 12시께에 이뤄지는 탓에 하루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이씨는 장사를 잘하는 비결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한 가지는 부모님이 20년 넘게 닦아 놓은 기반이다. “부모님 단골들이 꾸준히 가게를 찾아 장사를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신선하고 저렴한 생선과 넉넉한 인심 덕에 손님들이 더 몰리게 됐다. 4천원에 동태 한 마리 사면 홍합, 바지락 해물도 곁들여 주는 것도 동해수산만의 자랑이다.

매장번호: 신원시장 A-64호 전화: (02)859-7232 인기품목: 제철 생선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10시 휴무일: 매월 둘째 화요일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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