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식 자리배정 요청에 막말
오월어머니집, 23일 비판회견
오월어머니집, 23일 비판회견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국가보훈처(보훈처) 간부가 5·18 유가족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광주시가 진상 파악에 나섰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등 보훈처의 5·18 민주화운동을 가볍게 보는 인식이 보훈처 공무원이 유가족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월어머니집은 5·18 민주화운동 때 가족이 숨지거나 다친 어머니들이 모인 곳이다.
22일 광주시와 오월어머니집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6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보훈처 한 간부가 빈자리를 찾던 오월어머니집 노영숙(62) 관장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
노 관장은 기념식이 열리기 직전 제주에서 초청한 4·3항쟁 유가족들의 자리가 마련돼 있지 않아 보훈처 관계자에게 자리 배정을 요청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4·3항쟁 유가족의 자리를 요청하던 노 관장에게 보훈처 간부는 “자리가 없으면 내 무릎에라도 앉으면 되겠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면을 보고 들은 김수아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이 항의를 하자 그 간부는 서둘러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협력관 등은 이 남성이 자리를 뜬 뒤 주위에서 “그 직원은 보훈처 과장”이라고 해, 보훈처 직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은 모멸감을 느꼈지만 기념식이 바로 시작됐기 때문에 바로 그 자리에선 대응을 자제했다고 한다. 보훈처 과장의 언행이 성희롱일 뿐만 아니라 5·18 민주화운동을 모독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오월어머니집은 23일 보훈처 간부의 ‘유가족 성희롱’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하기로 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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