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 삼례 3인조 무죄 확정…검찰, 항소 포기
당시 사건 관계자들 제대로 된 사과 없어…“대통령의 알맹이 없는 사과와 다른 게 뭐냐”
당시 사건 관계자들 제대로 된 사과 없어…“대통령의 알맹이 없는 사과와 다른 게 뭐냐”
“우리를 범인으로 엮어낸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의 범인이었다 지난 4일 피해자로 신분이 바뀐 강인구(36)씨는 다음날, 재심에서 자신을 변호한 박준영 변호사를 만났다. 지적 장애인인 강씨는 사건이 발생한 17년 전 한글도 제대로 못 깨친 상태였다. 지금도 지하철을 혼자 못 타는 그는 이날 박 변호사와 함께 서울의 치과병원을 찾았다. 그의 사정을 아는 한 의사가 치료에 도움을 준 것이다.
지난달 28일 재심에서 무죄가 나온 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강씨에게 죄가 없다는 사법적 판단은 끝났다. 전주지검은 지난 4일 “객관적·중립적 자세로 실체적 진실규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재심재판에 임했으며, 부산 3인조 중 진범 진술을 번복한 조아무개씨에 대한 심리 없이 선고된 1심 판결의 항소 여부를 신중히 검토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재심 전후의 증거관계를 종합한 결과와 항소제기로 피고인들에게 미칠 고통 등을 참작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재원 전북지방경찰청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건으로 고통받은 피고인들과 가족들, 피해자와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를 전한다. 수사과정을 면밀히 살펴서 다시는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투적인 위로와 말뿐 구체적인 사과는 없었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은 피고인들의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상황에서 진범들(부산 3인조)이 나타났지만, 검찰이 이들을 다 풀어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보통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데 그치지만, 이번에는 가짜 살인범을 만든 당시 경찰과 검사, 판사 등에게도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검·경의 입장표명은 제대로 된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알맹이 없는 대국민사과와 다른 게 무엇이냐”고 따졌다. 인터넷에서도 “저분들 인생은 어떡하느냐”, “그 세월을 무슨 돈으로 보상하겠느냐”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경찰, 검사, 판사, 국선변호인 등은 묵묵부답이다. 수사를 책임진 최성우 검사는 대형 로펌을 최근 그만두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초동수사에 관여한 경찰관은 사건해결 공로로 특진했다. 1심 재판부 배석판사는 국회의원이고, 국선변호인은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10년)는 2009년 끝났다. 진범으로 몰린 이른바 ‘삼례 3인조’는 1999년 2월6일 새벽 전북 완주 나라슈퍼에 침입해 70대 할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3년6월~5년6월을 복역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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