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1시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에서 대한민국 박사모 회원 등 500여명이 집회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반대를 외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6일 오후 1시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에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박사모)이 모였다. 대한민국 박사모는 지난 22일 다음 카페에 공지를 해서 박회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사수’하자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박사모 다음 카페의 전체 회원은 7만5000명이 넘는다.
실제 얼마나 모였을까. 집회 신고는 1000명으로 했는데 500명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근처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과 상인들은 별다른 호응을 하지 않았다. 박사모들은 ‘종북세력 척결’, ‘국가안보 허무는 선동 언론’, ‘정치인 척결’, ‘대통령 하야 반대’ 등이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다. ‘탄핵 반대’를 외치며 도심을 행진하기도 했다.
4%(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속하는 이 사람들은 왜 여기에 온 걸까. 이들은 왜 아직도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걸까. 집회에 나와 태극기를 흔들고 있던 70대 남성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는 자신을 ‘대구 남구 봉덕동에 사는 1946년생 구아무개씨’라고 소개했다. 그에게서는 술 냄새가 조금 났다.
“춥고 비도 오는데 여기 왜 나오신 거에요?”
“박근혜 잘못한 건 세상이 이미 다 알고 있잖아.”
“그렇죠.”
“그라면 법으로 심판해야지, 냅두라 이거라. 국회가 그카믄 안되지.”
“탄핵하겠다고 그러던데요.”
“파디비니까 그렇지. 역대 대통령들 다 파디비면 그런 비리 없는 사람이 어딨노.”
“역대 대통령 다 그런 비리가 있었다고요?”
“노무현, 김대중이도 이북에 돈 갖다줘서, 우리가 지금 핵무기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고 있냐.”
“박 대통령의 잘못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부모 잃고 의지할 데가 없다 보니 최순실 꾐에 빠져 그리됐는데….”
“박 대통령이 일을 잘했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제일 잘한 게 해외 나가서 처리(해외순방)를 잘했어. 10원짜리 하나라도 우리한테 끌어올라고….”
“그럼 어르신은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 말씀이신지?”
“일이 꼬이갖고 잘못한 건데 이해해줘야지. 대구에서는 박근혜 살려야지. 내가 뽑은 대통령은 내가 지켜야지.”
“아. 네….”
“이정현이는 잘하고 있어. 김무성이가 한나라당 다 조져 논기라.”
“김무성 전 대표가 새누리당을 망쳤다고요? 그럼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요?”
“유승민은 반 간첩이지.”
“네. 말씀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조심해서 집에 들어가세요.”
대구/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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