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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관음사와 교류 통해 불상 환수하려 했지만…”

등록 2017-02-21 10:24수정 2017-02-21 10:30

관음상 환수운동 펴온 향토학자 김현구

“2004년부터 3차례 걸쳐
쓰시마 관음사 찾아가
부석사 불상 찾아오려 노력

일본이 불상 넘어간 경위 밝혀야
안도 주지가 한국 반환이
양심적인 것이라 말했다더라”
2004년 서산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이 있던 쓰시마 관음사를 찾은 김현구 전 서산문화원장(오른쪽)이 관음사 관리승인 무라세(왼쪽)에게 백제의 금동대향로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 김현구 전 서산문화원장 제공
2004년 서산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이 있던 쓰시마 관음사를 찾은 김현구 전 서산문화원장(오른쪽)이 관음사 관리승인 무라세(왼쪽)에게 백제의 금동대향로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 김현구 전 서산문화원장 제공
향토학자인 김현구 전 서산문화원장은 1983년부터 21년 동안 충남 서산문화원장으로 일하면서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에 관심을 가졌다. 1926년 간행된 <서산군지>에서 부석사와 가까운 왜현리(창리)의 지명이 왜구 약탈과 관계있다는 기록을 찾은 사람도 김 전 원장이다. 그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3차례 쓰시마 관음사를 찾아 양쪽의 교류를 통해 관세음보살좌상을 찾아올 방안을 강구했다. 지난 6일 김 전 원장을 만났다.

-쓰시마 관음사에 관세음보살좌상이 있다는 사실은 언제 알았나?

“쓰시마 관음사에 서산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이 가 있다고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서산문화원장으로 있으면서 ‘관외 반출 문화재 도록’ 작성을 했다. 언젠가는 우리 지역 문화재를 돌려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관음사의 관세음보살좌상을 처음 알게 됐다. 그 뒤 1980년대 후반에 불교미술사 전공인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가 쓰시마에 가서 학술조사를 하고 돌아와 내게 “쓰시마섬 관음사에 서산 부석사에서 만들어진 불상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국보급의 걸작으로 환수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해 다시 한번 불상의 존재를 확인했다. ”

-그 뒤 직접 관음사를 찾았다고 들었다.

“2004년 10월에 부석면 출신 친목단체인 ‘부남친목회’와 함께 처음 관음사에 갔다. 그때 쓰시마시 부속실장과 쓰시마 향토사료관장이 관음사까지 친절하게 안내했다. 관음사 관리승인 무라세와 신도들이 나와서 우리를 환영했다. 절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절과 다르게 초라한 규모였다. 무라세로부터 절과 불상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한국에서 사 간 백제의 금동대향로 모형을 전달했다. 참배하고 안내에 따라 관세음보살좌상을 관람하는데 한눈에 반했다. 얼마나 매력적인지….”

-관음사 쪽은 불상에 대해 뭐라고 설명하던가?

“설명을 듣다가 무라세에게 불상이 어떤 연유로 관음사에 와 있는 것인지 물었더니 “모른다”고 답했다. 우리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주불로 모시고 있으면서도 이 불상이 왜 여기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선의로 주고받았다면 기록(이안문)이 있거나 아니면 구전으로라도 그런 이야기가 전해 내려왔을 것이다. 그러면서 무라세가 “안도 주지가 복장물을 발견한 뒤 ‘이 불상이 한국에서 조성됐다면 불상을 돌려줘야 하는 것이 양심적이다. 하지만 불상을 일본의 문화재로 지정해놓아 우리 마음대로 줄 수도 없으니 똑같은 모양의 불상을 만들어서 한국의 부석사에 봉안하고 서로 왕래하며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2004년 당시 안도 주지는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직접 확인할 순 없었다. ”

-그 뒤 본격적인 환수 운동이 이뤄진 건가?

“안도 주지가 했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아 그 자리에서 우리가 “안도 주지의 뜻을 따라서 관음사와 부석사가 자매결연하고 쓰시마와 서산도 친교를 맺어 왕래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관음사 쪽이 신도 회의에 안건을 올려 통과하면 그렇게 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우리는 여기에 더해 “관음사 근처에 한국식 전통 사찰을 지어주겠다. 거기에 불상을 모시자”고 제안했고, 관음사 쪽도 반겼다. 이를 추진하던 중에 관음사 쪽에서 절 지어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한국이 우리에게 친절하게 해주는 것은 다른 속셈이 있다’며 반대하는 쪽이 관음사 내부에 생겼다고 하더라. 우리도 서산 출신의 법정 스님이 타계하면서 일 추진이 요원해졌다. 2010년 다시 ‘서산 문화비전21’ 회원들과 관음사를 찾아 관세음보살좌상을 부석사에 교류 보관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2012년 절도 사건이 났다. 사건이 난 뒤 2013년에 한 번 더 관음사에 갔지만 아예 만나주질 않았다.”

-관세음보살좌상 반환 논쟁에 대한 생각은?

“왜구가 훔쳐 가면서 훔쳤다는 기록을 남기겠나? 그런데 왜 우리가 일본이 약탈한 증거를 내놓아야 하나? 입증하려면 일본 관음사가 불상을 가져간 경위를 밝혀야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있다. 불상이 서산 부석사에서 만들어져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일본에 넘어간 것은 여러 정황상 사실이다.”

서산/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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