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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외부세력론’ 주장하려면 개헌부터

등록 2017-03-07 16:31수정 2017-03-07 22:32

[현장에서]
“금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경산오거리 촛불집회 계획입니다. 외부세력 제발 없습니다. 학부모님들 뿐입니다.”

지난 6일 오전 10시49분 경북 경산 문명고 학부모 오아무개(45)씨가 언론에 이런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문명고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였다. 동시에 학부모들은 언론에 “외부세력이 없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왜 이렇게 황당해 보이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

<조선일보>는 지난 3일 ‘학교 무단침입한 좌파단체, 교장·이사장에 “철회해라, XX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학교에 쳐들어와 쑥대밭을 만들고 있다는 식의 보도였다. 실제 학교 안에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들어와 항의한 것은 지난달 16일 단 한 번, 그것도 10여명뿐이었다. 학교에서 매일 농성을 한 100여명은 모두 학생과 학부모들이었다. <조선일보>는 또 지난 6일 ‘사립 중·고 교장들 “외부세력, 문명고 개입 말라”’라는 제목의 기사도 보도했다.

지난해 7월 국방부가 경북 성주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지역으로 발표하자 주민들이 반발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성주 사드저지투쟁위 위원장 “15일 폭력사태에 외부인 개입”’. 지난해 7월18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당시 거의 모든 언론은 앞다퉈 이런 보도를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황당한 일도 많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외부세력으로 김찬수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상임대표를 지목했는데, 알고 보니 성주에 사는 주민이었다. 또 성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젊은 여성이 외부세력으로 몰려 고통을 받기도 했다. 당시 외부세력의 기준은 ‘성주에 주소를 두고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돼 있다. 경북 성주에 사는 사람만 성주에서 시위할 수 있다는 주소지 규정은 없다. 문명고 학생과 학부모만 학교에 항의하러 갈 수 있다는 법도 없다. 그렇게 외부세력론을 펼치고 싶다면 헌법 개정부터 추진해야 한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다만 집회·결사의 자유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게만 보장된다.” 2017년 대한민국에 황당한 헌법 조항이 등장할 판이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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