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은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이나 국회 이전을 공약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종시 모습.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공약한 행정수도 이전은 이번 대선 이후 실현될 가능성에 파란 불이 들어왔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대부분 주요 후보들이 세종시로 수도 이전(국회·청와대 모두 이전)이나 국회 이전을 공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 이전 정책의 본래 취지는 지역 균형 발전의 견인차가 되는 데 있다. 전국 인구의 49%가 집중된 수도권에서 정치·행정의 중심 기능을 과감하게 지방으로 옮김으로써 지역 균형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이다. 특히 수도를 옮김으로써 지역 균형 발전의 또다른 축인 혁신도시를 활성화해 지방으로 인구와 기능을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세종시 건설 뒤 나타난 수도 이전의 둘째 목표는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총리를 비롯해 행정부의 3분의 2가량만 세종시로 옮겨졌고, 대통령과 6개 부처, 국회가 옮기지 않음으로써 막대한 비효율이 일어나고 있다. 2016년 9월 <한국경제> 조사를 보면, 중앙부처 과장급 이상의 47.9%가 일주일에 3~4회 서울 출장을 가는데, 출장 목적의 72.3%가 국회 관련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장관과 차관, 실국장들은 서울에 거의 상주하고 있고, 세종시로 이주한 경우도 거의 없다. 이런 ‘이중 수도’ 체제가 세월호 침몰이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때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원인 중의 하나란 지적도 나왔다.
참여정부를 계승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개헌을 통한 수도 이전을 공약했으나, 신중한 태도다. 문 후보는 4월12일 국회 헌법개정특위에 나와 “정치·행정 수도의 세종시 이전도 개헌안 준비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를 물어 찬성이 높을 경우’ 개헌 내용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 후보는 3월22일 대전에서 발표한 공약에서는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고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를 이전하겠다”고 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문 후보의 신중한 태도는 수도 이전 공약이 전국 인구의 절반 가까운 수도권에서 부정적 여론을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다. 안 후보는 지난 3월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발표한 ‘정치개혁 공약’에서 “행정수도(세종시)로 대통령과 의회 모두 이전하겠다.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를 명시함으로써 행정의 효율성과 동시에 지방균형 발전을 추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공약은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의 취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표현한 것이다. 다만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을 개헌안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국회 의석 3분의 2와 국민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현재까지 세종시에는 대통령과 외교안보 부처 등을 제외한 20여개 중앙행정기관이 대부분 이전했다. 정부세종청사의 모습.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공약집에서 “분권형 개헌을 전제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지정하겠다. 총리가 관장하는 정부 부처와 국회를 세종시로 일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후보 쪽은 대통령과 외교안보 부처는 계속 서울에 남기겠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정하면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중앙행정기관이 가야 한다. 홍 후보의 공약대로 하면 ‘이중 수도’의 문제점이 그대로 남는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홍 후보와 비슷하다. 유 후보 캠프는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해 실질적인 행정과 입법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정부 가운데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 등에 대해서는 이전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것은 ‘이중 수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수도 이전 문제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심 후보는 지난 4월6일 세종시를 방문해 “수도를 헌법에 규정하는 것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수도 이전 문제는 개헌보다는 정치적 합의가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종시에 청와대 제2집무실과 국회 분원 설치를 약속했다. 이는 현상 유지에 가까운 것이다.
후보들이 밝힌 대로 개헌을 통해 수도를 이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수도 이전이 개헌에 포함되려면 최소한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야 하고, 대부분 정당이 합의해야 한다. 이 문제를 남경필 경기지사가 제기해 대선 이슈로 처음 떠오른 지난해 6~7월의 3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국회·청와대 이전)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50.1% 대 38.6%, 49% 대 48%, 26.5% 대 50.6%로 팽팽하게 나타났다. 대선 후보들의 태도를 보면, 수도 이전을 개헌에 넣겠다는 후보는 3명(문재인·안철수·홍준표)이며, 유승민·심상정 후보는 개헌에 포함할 뜻을 밝히지 않았다. 결국 수도 이전 공약의 실현 여부는 개헌 과정에서 국민의 여론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자문: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박재율 지방분권전국연대 상임공동대표, 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가나다 순서)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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