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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신곡보, 4대강 해결 신호탄 될까

등록 2017-05-03 15:04수정 2017-05-03 22:00

4대강 16개 보, 3개 하굿둑 개방·철거 물꼬될 듯
서울시 변경 검토하다 국토교통부 반대로 중단
문 “서울시 추진 지원”, 심 “철거로 자연 회복”
안·유 “영향 검토해 결정”, 홍 “당선 뒤 검토”
결국 국토부 판단·서울시 의지가 판가름할 듯
서울 한강 신곡 수중보의 개방·철거가 새 정부가 들어선 뒤 하천 정책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곡보의 가동보 구간. 서울시 제공
서울 한강 신곡 수중보의 개방·철거가 새 정부가 들어선 뒤 하천 정책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곡보의 가동보 구간. 서울시 제공
신곡보는 김포대교에서 170m 하류에 있는 길이 1007m, 높이 2.4m의 수중보다. 전두환 군부 독재 시절인 1985~1988년 지어졌다. 당시 신곡보의 건설 목적은 뱃길 수심 확보와 바닷물 유입 방지, 농업용수 확보, 간첩 침투 방지 등이었다. 그런데 현재 신곡보의 의미는 이보다 훨씬 크다. 환경단체들은 신곡보를 4대강 사업의 16개 보, 금강·낙동강·영산강 하굿둑 개방에 물꼬를 틔울 신호탄으로 본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2010년 ‘한강복원포럼’을 구성해 신곡보 철거를 통한 한강 자연성 회복 방안을 본격 제시했다. 2013년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신곡보 개방·철거 연구에 착수해 2015년 철거가 가장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신곡보의 변화는 4대강 사업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앞에서 가로막혔다.

신곡보의 소유자인 국토부는 관리자인 서울시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정반대 방향으로 신곡보를 바꾸려는 데 극력 반대하고 있다. 어쩌면 4대강 사업 추진에 총대를 멘 국토부로서는 신곡보를 철거해 서울 한강의 자연이 되살아나는 것은 악몽일 수 있다. 한강에 녹조가 78일이나 창궐했던 2015년에 서울시가 신곡보를 한번도 열지 못한 것은 바로 국토부의 반대 때문이었다.

이번 대선은 신곡보 문제에 일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민주진보 진영 후보들이 신곡보의 개방·철거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서울시가 신곡보 개방·철거를 추진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견이다. 민주당 선대위의 홍종학 정책부본부장은 “한강을 흐르게 해서 친환경적으로 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곡보를 열었을 때 한강과 주변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정밀하게 검토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 캠프는 명확하게 신곡보 철거 방침을 밝혔다. 정의당 서울시당 최용 정책위원장은 “신곡보를 철거해 한강의 자연적 흐름을 되찾아야 한다. 그래야 한강에서 녹조가 사라지고 기수역(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수역)과 백사장이 회복돼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신곡 수중보가 개방·철거되면 물 흐름이 막힌 서울 한강이 자연성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곡보의 고정보 구간. 서울시 제공
신곡 수중보가 개방·철거되면 물 흐름이 막힌 서울 한강이 자연성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곡보의 고정보 구간. 서울시 제공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신중한 태도다. 하천의 생태계 복원을 원칙으로 하지만, 보를 개방·철거할 때 나타날 영향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이태흥 정책실장은 “신곡보를 철거하면 유람선 운행이나 지하수위, 지반에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비슷한 의견이다. 유 캠프의 박광명 공보국장은 “보를 철거하면 수심과 생태계, 어업, 취수, 아라뱃길(경인운하) 물 공급 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관련 지자체가 엄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신곡보에 대해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홍 후보 캠프의 이종헌 실장은 “신곡보에 대한 공약은 없으며, 당선 뒤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곡보의 미래는 결국 중앙정부와 서울시에 달려 있다. 애초 신곡보의 개방·철거를 검토했던 서울시의 안대희 물순환정책과장은 “국토부가 유보적 입장이어서 논의가 중단됐으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적극 추진하겠다. 다만 이 문제는 소유자인 국토부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이용규 하천계획과장은 “신곡보 철거는 한강 수위와 취수, 주운 수심, 교각 안전, 짠물 영향 등 탓에 타당성이 없다. 서울시도 명확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신곡보 연구 용역’ 책임자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신곡보의 변화는 소유자이며 하천기본계획을 만드는 국토부에 달려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4대강 사업의 실무자였던 국토부 공무원들은 나서지 않을 것이다. 국토부 수자원국을 환경부 수생태 쪽과 통합하는 등 큰 틀을 흔들지 않으면 바꾸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그동안 4대강 사업을 벌인 국토부가 신곡보 문제를 막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 물꼬가 트일 것이다. 이 사업에 의지를 가진 서울시가 사회적 합의에 나서야 한다. 신곡보를 여는 데 서울시가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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