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문을 여는 ‘서울로7017’엔 두 가지 설치작품이 눈에 띈다. 하나는 서울역 광장의 ‘슈즈트리’(신발나무)이고, 둘은 서울역 서부의 만리동광장에 설치된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이다. 둘 다 20일 개장과 함께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윤슬’은 너비 25미터의 대형 광학렌즈 같은 모양의 설치작품으로 이 커다란 원의 바닥은 지상에서 4미터가량 들어가 있다. 관객들은 2800개의 계단을 통해 이 작품 안으로 들어가 걸으면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이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이 작품의 천장에는 스테인레스스틸 수퍼미러 재질의 ‘루버’를 달았다. 루버는 길고 가는 판을 일정한 간격으로, 수평으로 설치한 구조물을 말한다. 이 거울 루버를 통해 빛이 내부 공간에 비쳐 이 작품의 이름인 윤슬처럼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효과를 낸다.
윤슬에서 위를 올려다 보면 루버 사이로 서울로7017과 하늘, 서울역 서부의 도시 풍경을 볼 수 있다. 지면과 내부 공간 사이에는 2800개의 계단이 있어 노천극장 같은 분위기도 난다. 밤에는 루버 아래에 설치한 140개의 엘이디(LED) 조명이 작품 내부를 밝힌다.
이 작품을 만든 강예린 작가는 “서울로7017로 생겨나는 ‘오르고 내리고 올려보고 내려다보는 행위’의 경험을 증폭시키는 장치가 되길 바란다. 서울의 새로운 모습을 느끼고 경험하며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윤슬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6년 12월 선언한 ‘서울은 미술관’ 사업의 핵심 중 하나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지명 경쟁을 통해 윤슬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글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