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첫날 15만명, 둘쨋날 10만명 방문
퇴계로 쪽 건물에 둘러싸여 다리 연결
만리동 쪽엔 광장 조성…‘윤슬’도 신선
높고 긴 중간 400m는 지나가기에 바빠
645개의 큰 콘크리트 화분이 보행 방해
만리동 쪽 고가와 광장 사이 활용 필요
퇴계로 쪽 건물에 둘러싸여 다리 연결
만리동 쪽엔 광장 조성…‘윤슬’도 신선
높고 긴 중간 400m는 지나가기에 바빠
645개의 큰 콘크리트 화분이 보행 방해
만리동 쪽 고가와 광장 사이 활용 필요
5월의 때이른 땡볕이 쏟아졌지만 에 20~21일 서울역 앞 고가 보행로·공원 ‘서울로7017’은 인산인해였다. 21일 밤 서울시에 따르면, 20일 15만명이 7017을 찾아왔고, 21일에도 10만명가량이 찾아온 것으로 집계됐다. 주말 이틀 동안 25만명 이상이 7017을 방문한 것이다.
애초 서울시는 동시 입장객을 5천명 정도로 제한한다고 밝혔으나, 사람이 많아도 통행은 가능한 수준이어서 인원 제한은 하지 않고 있었다. 9개 진입로 가운데 가장 붐비는 곳은 지하철역과 연결된 서울스퀘어 쪽 에스컬레이터와 서울역 쪽 계단이었다. 이들 2개 진입로에는 종일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퇴계로 쪽 350여m 구간이었다. 이 구간은 양쪽으로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 자연스레 그늘이 생기는 곳이다. 나머지 700m 구간은 가까이에 건물이 없어 거의 그늘이 들지 않았다. 또 퇴계로 구간은 양쪽으로 대우재단과 호텔마누와 연결되는 다리도 설치돼 더위와 걷기에 지친 시민들이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다리를 통해 대우재단과 호텔마누에 들어가보니 양쪽 모두 커피전문점 등이 들어서 가벼운 음료를 마시며 쉴 수 있었다. 동행한 이경훈 건축가는 “이 퇴계로 구간은 이 사업의 모델이 된 미국 하이라인의 풍경과 가장 닮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퇴계로와 함께 방문객들의 흥미를 끈 구간은 만리동 쪽 250여m였다. 만리동 쪽은 고가 아래1만480㎡(3200평가량) 규모의 만리동 광장이 들어섰다. 시청 광장(1만3천㎡)보다 약간 작은 정도다. 애초 이 곳에 있던 청소차 주차장을 내보내고 시민들이 걷고 쉴 수 있는 광장으로 바꿨다. 특히 광장의 남쪽에는 ‘윤슬’이라는 설치미술 작품이 들어섰는데, 공간을 작품으로 했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빛과 거울, 계단을 소재로 한 ‘윤슬’은 7017 전체에서 가장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그러나 400여m의 중간 구간은 가장 길고 높은 구간이자 가장 단조롭고 지루한 구간이었다. 이 구간에서는 크고 작은 둥근 콘크리트 화분들이 걸음을 방해할 뿐 어떤 여유를 갖고 머물기 어려웠다. 가장 높은데다 아래 쪽이 모두 철로와 차로이기 때문에 위태로운 느낌이 들었다. 시민들도 바삐 지나가는 것 외에는 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경훈 건축가는 “이 구간에서는 화분을 좀 줄이고 길 주변에 작은 상점이나 노점과 같은 설치해서 시민들이 머물고 즐길 수 있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나마 이 단조로운 중간 구간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황지해 작가의 설치 작품인 ‘슈즈트리’였다. 높이 17m, 길이 100m, 너비 10m의 슈즈트리는 고가의 가장 높은 부분에서 지상으로 3만 켤레의 신발들이 걸어내려오는 것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였다. 그동안 서울역 고가도로 등 사람들이 걷고 싶어도 걸을 수 없었던 공간에 대한 은유이자 비판이었다. 아쉬운 것은 이 작품은 여러 조건으로 인해 28일까지 9일 동안만 전시된다는 점이다.
7017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름 1~5m의 커다란 콘크리트 화분 645여개가 끊임없이 보행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좁은 곳은 너비의 절반 이상을 화분이 차지한다. 이 곳을 이용하는 시민이 적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첫 주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 사람들은 주말에 대형마트를 다닐 때처럼 쉴 새 없이 사람과 시설에 치이게 된다. 휴식과 사색의 고가 보행로·정원은 꿈도 꿀 수 없다. 아무래도 7017의 설계자인 비니 마스가 서울의 인구 규모와 밀도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 아쉬운 것을 꼽으면, 먼저 만리동 광장의 고가 아래 공간을 좀더 잘 활용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유럽에서는 이런 공간을 그 앞의 광장까지 포함해 음식점이나 술집, 찻집, 패션가게 등으로 잘 활용한다. 또 차량 진출입과 주차 등 문제로 만리동 광장과 그 서쪽 지역이 1~2차로의 도로로 분리돼 있다. 이 도로를 없앴더라면 기존 지역과 광장이 바로 연결돼 훨씬 활성화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글·사진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개장 첫날 7017의 모습. 서울시
7017은 20~21일 이틀 동안 방문객들이 인산인해였다. 서울시
대우재단 건물과 7017의 다리.
공간으로 이뤄진 설치미술 작품 ‘윤슬’. 거울에 비친 빛이 잔물결처럼 어지럽다.
400m의 중간 구간은 단조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기에 바빴다.
중간 구간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설치작품 ‘슈즈트리’였다.
7017을 걷는 동안 사람들은 645개의 커다란 콘크리트 화분을 끊임없이 만나게 된다.
만리동 광장과 만나는 고가의 아래 공간은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청소차 주차장이 만리동 광장이 됐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있는 기존 지역과 차도로 갈린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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