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섭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오른쪽)과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가 5월2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에너지공사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서울시 건물의 지붕 30%에 태양광 발전판을 설치하면 서울시에서 필요한 전기의 30%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29일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에너지공사에서 박진섭 사장을 만난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전문가 존 번 델라웨어대 석좌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신재생에너지환경재단(FREE)의 대표이기도 한 번 교수는 2015년부터 서울시의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위해 조언하고 있다. 번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국제에너지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이날 박 사장을 만나 서울시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들어선 뒤 미니 태양광 발전판 보급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벌여왔다. 2016년 12월엔 공기업인 서울에너지공사를 만들어 더 본격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진섭 사장(이하 박) 그동안 번 교수님이 서울에너지공사가 필요하다며, 탄생에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앞으로 공사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말씀해달라.
존 번 교수(이하 번) 축하한다. 서울시가 이 분야에서 개척자적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번에 연구해보니 서울시 건물의 지붕 30%에 태양광 발전판을 설치하면 서울시에서 필요한 전기의 30%를 공급할 수 있다. 이 정도 설치하려면 12~14년 정도가 필요하다. 서울이 이런 투자에 나서야 한다.
박 30%를 설치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건물주의 동의를 받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또 미국은 단독 주택이 많고 집터가 넓은데, 우리는 공동주택이 많다. 서울에서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번 태양광 발전판을 설치하는 주택 소유자나 임차인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력구매제도를 활용해 생산한 전기를 전기요금 수준으로 구매하면 보급을 늘릴 수 있다. (전력구매제도는 개인이나 기업이 생산한 신재생 에너지를 정부나 공기업이 일정 가격 이상으로 전량 구매해 생산을 독려하는 제도)
박 태양광 발전 사업의 확대를 위해서는 개인이나 협동조합, 기업들이 참여해야 한다. 어떻게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나?
번 자본시장에서 은행 등 투자자는 이익과 자금 회수를 걱정한다. 그 때 공공의 참여는 투자자에게 일종의 보증이 된다. 공공이 사업 투자를 선도해야 한다. 공공의 투자 규모는 20% 정도면 충분하다.
박 한국의 전력 생산은 남동쪽의 원자력발전소, 서쪽의 화력발전소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원전은 지진 위험, 화전은 미세먼지로 큰 걱정거리다. 어떻게 발전소를 분산할 수 있을까?
번 그 전력의 상당 부분을 서울시가 쓴다. 그래서 서울시가 먼저 공공건물과 학교, 병원 등에서 태양광 발전을 시작하고, 개인들이 생산한 전기를 구매해줘야 한다. 또 다른 도시들과 함께 사업을 하면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는 35개 도시가 함께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한다. 한국에서도 대구나 세종이 이 사업에 관심이 많은데, 서울시가 함께 하면 좋겠다.
박 태양광 발전은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 그러나 어떤 시민들은 저 시커면 태양광판이 미관상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방법이 있나?
번 다양한 소비자의 수요를 고려해 개별 건물에 맞는 태양광 발전판을 개발하고, 태양광판의 색깔이나 그리드 등 디자인을 개선해야 한다. 또 학교에 태양광 발전판을 설치해서 이를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다. 학생들이 태양광 발전을 더 잘 받아들일 것이다.
박 요즘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다. 정보통신 사업은 오히려 일자리를 줄인다는 우려도 있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은 어떤가? 일자리 만들기에 도움이 될까?
번 최근 연구에 따르면, 100만달러를 투자할 때 신재생 에너지 사업은 평균의 4배가량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또 신재생에너지와 정보통신이 결합하면 일자리 규모는 6배까지 늘어난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은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박 재단이 미국에서 하는 사업에 우리도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말씀 고맙다.
번 서울이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성공시켜 다른 나라와도 경험을 나누길 바란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