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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 10개 건너야 맞은편에…서울역 앞 보행환경 ‘너무해’

등록 2017-06-13 16:25수정 2017-06-14 09:55

22개 차로와 만나는 환승센터
건너편 서울스퀘어 닿으려면
건너고 또 건너고…무려 260m

과거 2만㎡이던 서울역앞 광장
민자역사·찻길에 내줘 ‘반토막’
‘7017 보행로’와 연결도 안돼 불편
지난 5월20일 도심에서의 보행권 강화를 내세운 서울역 앞 ‘서울로7017’이 개통됐다. 그러나 7017 사업 과정에서 서울역 앞의 열악한 보행 환경은 전혀 개선되지 않아 7017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7017이 서울역 일대에서 보행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환승센터와 광장, 네거리 등의 보행 환경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너비 110m, 22개 차로, 10개 건널목, 횡단거리 260m인 환승센터는 서울역 앞 보행 환경을 가장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너비 110m, 22개 차로, 10개 건널목, 횡단거리 260m인 환승센터는 서울역 앞 보행 환경을 가장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머나먼 환승센터 서울역에서 보행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환승센터다. 2004년 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서울역 앞에 설치된 서울역환승센터는 이용자가 하루 5만여명으로, 청량리역환승센터(하루 5만2700명)와 함께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환승센터다.

이 환승센터는 너비가 110m로 모두 22개 차로를 차지하고 있다. 22개 차로는 일반 차로 12개, 버스 차로 6개(정류소 5곳), 택시 차로 3개, 롯데마트 차로 1개 등이다. 그런데 이 22개 차로를 건너 서울역에서 서울스퀘어로 가려면 무려 10개의 건널목(찻길)을 건너야 한다. 한강대로 하나를 건너는 데 차를 10번이나 만나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환승센터로 이동하는 건널목은 직선이 아니라 남서쪽에서 동북쪽으로 갈짓자 모양이어서, 횡단거리는 너비의 2.4배인 260m에 이른다.

서울역환승센터의 불편과 위험은 이용자 규모가 비슷한 청량리역환승센터와 비교해도 확연하다. 청량리역은 버스정류소가 서울역과 같은 5곳이지만, 차도의 너비가 40m, 건널목을 통한 횡단거리가 서울역의 4분의 1 정도인 70m 정도다. 길을 건너기 위해 차도를 4번 만난다. 서울역보다 훨씬 편리하고 안전하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환승센터는 보행자가 건너는 것보다는 환승을 위주로 만들어졌다. 한강대로를 건너려면 환승센터보다는 지하도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황기연 홍익대 교수(전 교통연구원장)는 “서울역 앞 환승센터는 너무 넓어서 오히려 이용하기에 불편하다. 광장까지 차지한 환승센터를 다시 차도 쪽으로 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연대 김은희 정책연구센터장은 “사업 초기에 환승센터의 개선을 서울시에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역의 광장 가운데 절반가량은 환승센터와 차도를 넓히며 사라져버렸다.
서울역의 광장 가운데 절반가량은 환승센터와 차도를 넓히며 사라져버렸다.
■ ♣H4s사라진 광장 서울역 앞 광장의 회복도 필요하다. 과거 서울역엔 2만㎡(6천여평)가량의 광장이 있었다. 그런데 2004년 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민자 서울역을 건설하고 서울역 앞에 환승센터를 설치하면서 그 가운데 1만㎡(3천여평)가량의 광장이 사라져버렸다. 남은 1만여㎡의 광장 가운데 남쪽은 새 서울역의 계단과 환승센터로 인해 광장의 모습을 완전히 잃었다. 또 북쪽은 그나마 좁은 광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옛 서울역이 기능을 잃으면서 노숙인과 종교인들만 남은 상태다.

윤준병 본부장은 “당시 서울역광장을 축소해서 환승센터를 강화했다. 현재 서울역광장은 보행자가 많은 곳이 아니기 때문에 환승센터를 축소해서 광장을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경훈 국민대 교수(건축과)는 “광장은 옛 서울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서울역을 남쪽으로 옮기면서 많은 것이 틀어졌다. 보행자 중심 도시를 만들겠다면 지금이라도 옛 광장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16차로의 통일로(왼쪽)와 10차로의 세종대로(위쪽)엔 건널목이 없어 지하도를 이용해야 한다.
16차로의 통일로(왼쪽)와 10차로의 세종대로(위쪽)엔 건널목이 없어 지하도를 이용해야 한다.
건널 수 없는 네거리 서울역 앞 네거리의 보행 환경도 엉망이다. 서울역 앞에는 세종대로, 통일로(의주로), 퇴계로, 한강대로가 만나는 큰 네거리가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통일로와 세종대로에는 건널목이 없어 지하도로 건너야 한다. 통일로는 16차로에 이르는데, 서울역광장 쪽 2개 차로는 사실상 정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네거리 가운데 한강대로와 퇴계로엔 건널목이 있으나, 불편하기 짝이 없다. 한강대로는 260m에 걸쳐 10개의 건널목을 건너야 한다. 퇴계로도 3개의 건널목을 건너야 한다.

김은희 도시연대 센터장은 “고가 차도를 보행 공간으로 바꾸면서 지상에 건널목을 놓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황기연 교수도 “서울역 앞의 불필요한 차도를 줄이면 얼마든지 건널목을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7017에서 서울역 광장 쪽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사로나 경사계단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7017에서 서울역 광장 쪽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사로나 경사계단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연결되지 않는 7017 7017과 서울역 앞 공간의 보행 연계성도 부족하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 1·4호선에서 내려 서울역광장으로 나오면 7017로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없다. 이 곳에 경사로(경사계단)가 없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는 이용자가 많고, 회전계단은 89개나 올라가야 한다. 환승센터도 7017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40m 정도 떨어졌는데, 역시 경사로나 경사계단을 설치하지 않았다. 7017에서 환승센터로 경사로나 계단이 설치되면 방문객들의 이동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연세세브란스 건물 쪽도 공간이 충분한데, 경사로나 계단을 설치하지 않아 길을 건너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중림동, 만리동, 서계동 쪽으로는 경사로와 경사계단이 모두 설치됐다. 사진은 중림동 쪽 모습.
중림동, 만리동, 서계동 쪽으로는 경사로와 경사계단이 모두 설치됐다. 사진은 중림동 쪽 모습.
반면 만리동 쪽은 7017 자체가 중림동, 만리동, 서계동 등 3개로 갈라지며, 만리동 광장 쪽으로 계단도 있다. 퇴계로 쪽도 경사로와 계단,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건물 연결로 등이 다양하게 설치돼 있다.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7017 공사기간이 1년 6개월 정도로 짧아서 기존 구조물을 중심으로 했고, 새 연결로를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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