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안병용 의정부시장 “진보언론·시민단체 악성댓글 탓”
시민단체 “재정 걱정 때문 나섰는데 ‘반미’ 뒤집어씌워”
안병용 의정부시장 “진보언론·시민단체 악성댓글 탓”
시민단체 “재정 걱정 때문 나섰는데 ‘반미’ 뒤집어씌워”
경기 의정부시가 지난 10일 연 ‘주한미군 2사단 창설 100주년 콘서트’ 때 초대 가수들이 대거 불참한 끝에 행사가 파행한 사태를 두고 보수신문과 경제신문, 일부 종편채널의 의정부지역 시민단체 때리기가 도를 넘었다. 이들은 기본적인 사실을 누락하거나 왜곡한 채 반미 등 ‘이념 잣대’를 들이댄다. 콘서트에 앞서 비판 성명을 낸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에 옛 통합진보당 소속 김재연 전 의원 등이 포함돼 있었다며 일을 오도한다.
흥행에 실패한 의정부시는 관련 시민단체와 반대 시위자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행사 파행의 책임을 “일부 진보언론 및 시민단체” 탓으로 돌렸다.
졸지에 행사 파행의 ‘원흉’이자 반미단체로 낙인찍힌 의정부지역 시민단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들이 애초 제기한 행사 반대 이유는 시의 재정 문제다. 의정부시는 예측수요를 지나치게 높여 경전철을 건설하다 운영사가 파산해 수천억원을 시민 세금으로 물어줘야 할 판에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군 2사단도 아닌 미군 2사단 창설 기념행사를 열었다. 더구나 의정부 주둔 100주년도 아니고 미국 본토에서 1917년 창설한 미군 2사단의 창설 100주년이다.
미군 2사단의 실제 창설일은 6월10일이 아니라 10월26일인데, 2002년 미군 2사단 궤도차량에 깔려 숨진 중학생 효순이·미선이 15주기 추모일을 불과 사흘 앞둔 지난 10일 행사를 강행할 까닭도 딱히 없다. 의정부지역 13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수많은 범죄가 미 2사단 군인에 의해 저질러졌다. 효순이 미선이 추모 기간에 미 2사단 창설 콘서트를 여는 것은 의정부시가 미국의 부속 도시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렵다”며 콘서트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시민단체는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지난 2일 의정부시청 앞에서 ‘세금을 낭비하는 미 2사단 창설 기념 콘서트를 즉각 철회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연 뒤 항의서한을 안 시장에게 전달했을 뿐이다. 초대 가수들이 참석을 취소한 건 이런 비판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가수들이 속한 기획사 누리집에서 행사의 취지를 문제삼으며 참석 거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시민의식을 못 따라가는 행정을 밀어붙인 것도 모자라 뒤늦게 되술래잡기에 나선 안 시장이야말로 콘서트 파행의 원인 제공자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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