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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마을 고집하더니 이번엔 ‘상촌’…‘서촌’은 무슨 죄?

등록 2017-06-21 16:13수정 2017-06-21 22:07

청계천 상류 지명 ‘웃대’ 끌어와 한옥체험관에 명명
역사적 근거가 가장 확실한 이름은 ‘장(의)동’
주민들 “역사적 근거 없는 억지 행정 이해 안돼”
서울 ‘서촌’의 이름을 ‘세종마을’로 억지로 바꾸려 해 비판을 받는 종로구가 이번에는 서촌의 역사적 명칭이 ‘상촌’(上村, 웃대)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21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서 한옥체험관 ‘상촌재’가 문을 열었다. 서울 종로구 제공
21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서 한옥체험관 ‘상촌재’가 문을 열었다. 서울 종로구 제공
21일 종로구는 서촌 지역인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서 한옥체험관 ‘상촌재’(上村齋)를 열었다. 이 한옥은 터 466.7㎡, 건물 138.6㎡ 규모이며, 안채, 사랑채, 별채로 이뤄져 있다. 시민들의 한옥, 구들, 한글 체험을 위해 마련됐다. 문제는 이 한옥이 사용한 ‘상촌’이라는 지명이다. 종로구는 19일 낸 보도자료에서 ‘웃대’, ‘상촌’이 서촌 지역의 옛 지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웃대’라는 지명은 청계천 상류 전체를 뜻하는 말로 지금의 서촌 지역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상촌(웃대)은 서촌과 지역의 범위가 달라 서촌의 이름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상촌재의 현판. 서울 종로구 제공
상촌(웃대)은 서촌과 지역의 범위가 달라 서촌의 이름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상촌재의 현판. 서울 종로구 제공
실제로 1924년 김기전이 <개벽>에 쓴 글을 보면, “(청계천의) 광통교 이상을 웃대, 효(경)교 이하를 아랫대, 수표교 어름을 중촌”이라고 했다. 따라서 웃대는 청계천 상류인 현재의 세종문화회관 뒤쪽, 교보문고·케이티 뒤쪽, 자하문로, 삼청로 일대를 모두 아우르는 지명이다. 서촌의 역사를 다룬 책 <오래된 서울>의 저자인 김창희 작가는 “역사적으로 웃대는 현재의 서촌보다 훨씬 광범위한 지역이다. 서로 범위가 달라 서촌을 웃대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상촌(웃대)와 서촌은 범위가 다르다. 웃대(빨간 원)는 청계천 상류 전체를 말하고, 서촌(노란 원)은 인왕산과 경복궁 사이에 한정된다. 청계천은 백운동천(왼쪽 파란 선), 삼청동천(오른쪽 파란 선)을 상류로 해서 현재의 동아일보 앞에서 만나 본류(아래 파란 선)를 이룬다. 1860년대 김정호의 <수선전도.>
상촌(웃대)와 서촌은 범위가 다르다. 웃대(빨간 원)는 청계천 상류 전체를 말하고, 서촌(노란 원)은 인왕산과 경복궁 사이에 한정된다. 청계천은 백운동천(왼쪽 파란 선), 삼청동천(오른쪽 파란 선)을 상류로 해서 현재의 동아일보 앞에서 만나 본류(아래 파란 선)를 이룬다. 1860년대 김정호의 <수선전도.>
종로구의 주장과 달리 역사적으로 근거가 확실한 서촌의 지명은 ‘웃대’가 아니라, ‘장동’, ‘장의동’이다. ‘장동’은 원래 서울 지금 서쪽 북부인 효자동, 궁정동, 청운동 일대의 옛 지명인데, <조선왕조실록>에 53회나 나오며, 조선 시대 지도에도 빠짐없이 나온다. 특히 장동은 서촌 북부뿐 아니라, 서촌 전체의 지명으로도 널리 쓰였다. 예를 들어 창의문, 백운동, 수성동, 필운대 등 서촌 일대의 풍경을 그린 정선의 그림책은 <장동팔경첩>이다. 또 추사 김정희가 살았던 서촌 남부 적선동의 월성위궁은 흔히 ‘장동 월성위궁’이라고 불렸다.

서촌의 북부에 있던 장(의)동(빨간 원)은 서촌과 관련해 가장 근거가 확실한 역사적 지명이다. 또 장(의)동은 서촌의 북부뿐 아니라, 서촌의 전체를 이르는 말로 널리 쓰였다. 정선의 그림책 <장동팔경첩>이 대표적이다. 1750년 도성도.
서촌의 북부에 있던 장(의)동(빨간 원)은 서촌과 관련해 가장 근거가 확실한 역사적 지명이다. 또 장(의)동은 서촌의 북부뿐 아니라, 서촌의 전체를 이르는 말로 널리 쓰였다. 정선의 그림책 <장동팔경첩>이 대표적이다. 1750년 도성도.
심지어 종로구는 서촌이라는 이름이 역사적 근거가 없다며, 서촌에서 태어난 세종을 기려 ‘세종마을’이란 이름을 급조해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세종이 나고 자란 곳은 ‘세종마을’이 아니라, ‘장의동’, 또는 ‘준수방’(현재의 통인동)이었다. 역사적 근거를 찾는다면서 오히려 근거없는 이름을 갖다붙인 것이다. 이밖에 종로구는 역사적 명칭인 ‘금천교 시장’을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로 멋대로 바꾸기도 했다.

역사성을 중시한다는 서울 종로구는 ‘금천교 시장’이라는 역사적 이름을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로 바꿔놓았다. 김규원 기자
역사성을 중시한다는 서울 종로구는 ‘금천교 시장’이라는 역사적 이름을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로 바꿔놓았다. 김규원 기자
서촌의 주민단체인 ‘서촌주거공간연구회’의 장민수 대표는 “서촌의 남쪽 사직동, 필운동 등은 과거 한양의 ‘서부’였고, 서촌은 내사산 중 서쪽 인왕산 아래 있기 때문에 ‘서촌’이란 이름이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서촌이라고 부르는데, 구청이 ‘세종마을’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종로구의 최중련 홍보과장은 “상촌도 역사적 근거가 있다고 해서 쓴 것이다. 서촌이 아니라 세종마을을 쓴 것은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이어서 그렇다. 세종마을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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