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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덕수궁 돌담길 ‘절반의 개방’

등록 2017-08-30 21:24수정 2017-08-30 22:25

영국대사관에 막혔던 100m 열려
무단 점유 58년만에 시민 품으로
70m는 아직도 후문에 막혀 단절
개방 전 철문으로 막힌 돌담길
개방 전 철문으로 막힌 돌담길

60년 가까이 영국대사관 철문에 막혀 있던 덕수궁 돌담길 100m가 30일 열렸다. 서울시와 주한영국대사관이 2년 동안 협상한 끝에 지난해 10월 돌담길 일부 개방에 합의해 덕수궁에서 주한미국대사관저로 나오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덕수궁 후문에서 세종대로로 이어지는 나머지 70m는 여전히 막혀 있다.

이곳은 예전에 고종과 순종이 궁중의 제례를 지내며 궁궐을 한바퀴 돌 때 지나던 길이다. 또 미국, 러시아, 영국 등 공사관이 궁궐을 턱밑까지 둘러싼 형세는 당시 일본으로부터 위협받던 조선 왕조의 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길은 1883년 4월 영국대사관이 덕수궁에 바싹 붙은 땅을 사들여 대사관 건물을 지으면서 끊어졌다. 그러다가 1959년부터는 영국대사관이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영국대사관 후문으로 가는 길목을 철문으로 막아 대사관 땅처럼 써왔다.

이날 개방 행사에서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는 “1883년 4월 206파운드(30만원)를 투자해 이 귀한 땅에 영사관을 세울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대사들에겐 감사하기 어렵다. 그들은 어떤 이유에선지 (5년마다 해야 하는) 도로 점유 계약을 갱신하지 않아 오랫동안 이 길을 영국 소유로 생각하게 됐다”고 그동안의 길 막음에 대해 해명했다.

덕수궁 돌담길 지도 연합뉴스
덕수궁 돌담길 지도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방식에서 “순종과 고종이 지나다니던 길을 돌려받았지만 아직 들어가는 문은 있되 나가는 문이 없다”고 했다. 최창식 중구청장도 “이 길이 영국대사관 후문에서 끊어지는데, 덕수궁 안쪽을 개방해서라도 세종대로 쪽으로 길을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단절된 길 일부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길 절반은 영국대사관 후문에 막혀 있는 상황을 가리킨 것이다. 영국대사관 정문에서 후문에 이르는 70m는 영국대사관 소유로 이미 건물이 덕수궁 담벼락까지 닿아 있어 길을 내기가 쉽지 않다. 미국대사관저(하비브 하우스)에서 이 길로 들어온 시민들은 돌아나가야 하고, 덕수궁에서 이 길로 나온 시민들은 다시 세종대로로 나가기 위해 덕수궁 정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에 일부 개방된 모습. 서울시 제공
이번에 일부 개방된 모습. 서울시 제공
이런 문제점 때문에 서울시는 영국대사관, 문화재청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우선은 영국대사관이 옛길을 돌려줄 수 있는지 협의하고, 그게 안 되면 덕수궁 쪽으로 새 길을 내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하종현 도로계획과장은 “이번에 낸 덕수궁 쪽문과 정동 세실극장 앞의 쪽문을 활용하면 세종대로에서 미국대사관저까지 길을 이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의 태도는 완강하다. 조운연 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장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생각일 뿐이다. 실제 돌담길 안쪽은 나무가 많고 경사가 심해서 길로 만들기엔 적합하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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