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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쉴 곳도 쉴 시간도 없는 아파트 경비원

등록 2017-09-03 17:24수정 2017-09-03 22:53

임금 줄이려고 휴식시간 늘려놓고 업무지시
경비실에서 쪽잠…지하 석면천장에 휴게실도
서울시, 쉴 권리·고용 보장 ‘상생고용 가이드'

아파트 경비원들은 법적으론 감시단속적 근로자지만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온갖 허드렛일에 쫓겨 쉴 시간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업무를 보여주는 그래픽. 서울시 제공
아파트 경비원들은 법적으론 감시단속적 근로자지만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온갖 허드렛일에 쫓겨 쉴 시간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업무를 보여주는 그래픽. 서울시 제공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쉴 권리와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경비원 상생고용 가이드’가 나왔다. 서울시는 희망제작소와 함께 입주자와 아파트 관리주체가 경비원의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일깨우고 경비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가이드를 제작, 배포에 나섰다.

이번 가이드는 지난해 6월24일~28일까지 서울시내 공동주택 108개 단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조사에선 공동주택 경비원들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전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늘리는 아파트 단지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쉬는 시간에 자유로운 휴식이 허용되지 않았고, 별도의 업무수행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에서 ‘경비원들이 근무지를 벗어나 자유로운 휴식이 가능하다’고 답한 아파트는 17.4%(19곳)에 불과했고, ‘근무지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자유로운 휴식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78.0%(85곳)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점심 휴식시간엔 택배 차량을 안내하고 저녁시간엔 주민들이 택배를 찾아가는 등 택배 관련 업무로 쉬고 있지 못하다고 답했다. 쉬는 시간에 조경이나 환경미화 같은 일을 하라는 지시를 하는 아파트 단지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비원들은 법적으론 감시단속적 근로자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이들에게 주변청소(전체 업무중 18.5%), 분리수거(15.2%), 택배관리(28.7%)는 물론 주차관리(15.5%)까지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 거의 불가능한 여건이다. 또 휴게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29곳), 있더라도 아파트 지하 공간 등(31곳)인 현실에선 애초에 제대로된 휴식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낮엔 물론 밤에도 전체 경비원 54.2%(58곳)가 근무하던 경비실에서 ‘쪽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이런 열악한 노동환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고용구조부터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아파트 단지는 경비용역회사와 1~2년마다 용역계약을 맺지만 용역업체는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경비원들과 3개월 또는 6개월 안팎의 초단기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는 용역 가격을 낮출 뿐 아니라 용역계약기간이 끝날 때 해당 경비원들을 쉽게 해고할 수 있기 때문에 입주자회도 이를 알면서도 눈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상생고용 가이드’에선 용역업체와 계약때 “경비용역업체가 변경되는 경우, “관리주체”(발주부서)와 “계약상대자”(용역회사)는 기존 용역업체의 직원 고용이 새로운 용역업체에 승계되고, 직원의 기존 근로조건이 보장될 수 있도록 협조한다.”라는 조항을 넣거나 용역업체를 심사할 때 경비원 퇴직금 지급비율, 평균 근속기간 등과 같은 지표를 고려할 것을 권하고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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