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운상가 재생 사업인 ‘다시세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재개장을 하루 앞둔 18일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새롭게 설치된 세운∼대림상가 사이 공중보행교를 걷고 있다. 청계천 공사 당시 철거됐다 12년 만에 부활한 보행교는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상과 연결돼 청계천 방문객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세운상가로 이어지도록 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세운상가가 종묘공원을 향해 활짝 열렸다. 3년 6개월 공사를 마치고 19일부터 문을 여는 세운상가가 건물 2층서부터 종로로 바로 이어지는 넓은 진입 광장을 지닌 건물로 변신했다. ‘박정희식 개발’의 상징 중 하나였던 이 건물은 여러번 사라질 뻔했으나 종묘와 남산을 잇는 거리로 재기를 꿈꾸며 다시 돌아왔다.
종묘 쪽 광장에서 보는 세운상가 전경.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재생 사업을 마친 세운상가를 18일 찾아가 보니 1~8층 건물에 서울 도심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진입 광장 아래 지하에선 공사 도중 옛서울의 5부 가운데 중부 관아터와 유물들이 발견돼 그대로 전시관으로 변했다. 지하 3m 깊이에 임진왜란 때 불타고 남은 조선 초기 중부관아터가, 1.9m 깊이에선 18세기 백자 유물을 포함한 집터가 발견됐다. 지하 1m도 안되는 곳에선 일제 강점기에 쓰였을 법한 우물도 발굴됐다. 세운상가는 오래된 건물터를 그대로 둔 채 1967년부터 5년에 걸쳐 서울 도심의 동서길인 종로와 청계천로, 을지로, 퇴계로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거대한 상가촌으로 세워졌다.
이번 재생 사업을 통해 세운상가 3층엔 세운~대림상가를 잇는 공중 보행길이 다시 살아났다. 건축가 김수근은 애초 세운·청계·대림·삼풍·풍전·신성·진양 등 7개 상가를 남북으로 지어 공중 보행로를 만들겠다는 야심적인 사업을 추진했으나, 미완에 그쳤다. 엉성하게 남아 있던 공중길 가운데 세운~청계, 대림~삼풍 등 2개 공중길마저 청계천 복원과 삼풍상가 리모델링 때 끊겼다. 2009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아예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종묘~남산까지를 녹지축으로 연결하려 했으나 가장 북쪽의 현대상가만 철거되고 사업성을 이유로 중단됐다. 이번에 서울시는 2020년까지 다른 4개 상가와 남산순환로까지를 공중 보행로로 이을 계획이다.
넓어진 공중 보행길엔 그동안 이곳을 가득채웠던 150개 노점과 무허가 건물들은 사라지고 세운상가의 역사를 기록하는 박물관이나 스튜디오, 제작실이 들어섰다. 반려 로봇을 제작하는 서큘러스나 입체 프린터를 만드는 아나츠 같은 젊은 회사들도 문을 열었다. 그러나 ‘비아그라’나 ‘흥분제’ 판매를 알리는 간판들과 40~50년 동안 상가를 지킨 기술자들의 명패가 보이는 세운상가만의 생태계 풍경은 여전했다. 서울시 강맹훈 재생정책기획관은 “오래된 상인들이 쫓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 상가주인협의회 등과 임대료 인상은 연 9%를 넘지 않기로 약속했다. 재생에 따라 늘어날 수 있는 식음료 사업의 비율을 제한하고 기존 업종 비율을 적절히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생 사업을 통해 서울 도심에 멋진 공공 전망대 하나가 생겼다. 북쪽으론 종묘와 북한산, 돌아서면 남산이 한눈에 보이는 세운상가 8층의 ‘서울 옥상’이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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