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둔 2017년 1월26일 오후 정체된 경부고속도로 안성나들목 인근 하행선. 서울세종고속도로는 ‘잦은 정체’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중부고속도로 쪽에 붙여 건설되고 있다. 경찰청 헬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7월 정부가 민자 사업에서 재정 사업으로 전환한 서울세종고속도로가 ‘잦은 정체’ 구간이 없는 중부고속도로 쪽에 추가로 건설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수도권~충청권 사이의 정체 구간은 경부와 서해안, 천안논산 고속도로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도로공사에서 받은 자료와 <한겨레>가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수도권~충청권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경부, 중부, 서해안, 천안논산 고속도로 가운데 2016년 기준으로 ‘잦은 정체’가 발생하는 고속도로는 경부, 서해안, 천안논산 고속도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의 기준에 따르면, ‘잦은 정체’ 구간의 기준은 평일에 하루 1시간 이상 시속 40㎞ 이하인 날이 한 달에 8일 이상 나타나는 구간이나, 주말에 2시간 이상 시속 40㎞ 이하인 날이 한 달에 4일 이상 발생하는 구간을 말한다.
경부고속도로는 모두 12곳에서 ‘잦은 정체’가 발생했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한남~양재 구간 가운데 평일과 주말 모두 ‘잦은 정체’가 일어나는 구간은 3개, 평일에만 일어나는 구간은 5개였다. 또 도로공사에서 관리하는 양재 남쪽 구간 가운데 평일·주말에 2개 구간, 주말에 2개 구간에서 ‘잦은 정체’가 발생했다. 서해안고속도로는 평일·주말에 1개 구간, 평일에 1개 구간, 주말에 3개 구간 등 5곳에서 ‘잦은 정체’가 발생했다. 천안논산선은 주말에 2곳에서 ‘잦은 정체’가 발생했다. 중부고속도로에서는 ‘잦은 정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경부고속도로는 평일과 주말에 무려 12개 구간에서 ‘잦은 정체’를 일으킨다. 지난 8월25일 달래내고개 부근의 상행 정체 모습. 김규원 기자
결국 전국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수도권~충청권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4개의 주요 고속도로 가운데 ‘잦은 정체’는 경부선과 그 서쪽의 서해안, 천안논산 고속도로에서만 발생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서울세종고속도로는 경부선과 ‘잦은 정체’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동쪽의 중부고속도로 사이에 건설되는 것이다.
잦은 정체가 일어나는 경부고속도로와 서해안, 천안논산 고속도로 쪽에는 이렇다 할 대체 고속도로가 없다. 광명~수원(27.4㎞), 서수원~평택(20.7㎞) 고속도로가 있지만, 서로 다른 노선을 연결한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광명수원고속도로는 출발점이 서해안고속도로와 같아 서해안고속도로의 정체를 가중시키고, 평택 남쪽으로는 고속도로가 끊겨 있다.
더욱이 서울세종고속도로의 강동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의 진입로인 강동대교까지는 불과 1.3㎞ 정도 떨어져 있다. 또 중부고속도로의 공식 출발점인 서울외곽순환도로 하남분기점과 서울세종고속도로와 외곽순환도로가 만나는 지점도 불과 3㎞ 정도 떨어져 있다. 이는 서울세종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의 출발점이 사실상 붙어 있다는 뜻이다.
서울세종고속도로는 ‘잦은 정체’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중부고속도로에 붙여 건설되고 있다. 위키피디아
반면, 서울세종고속도로 강동나들목과 경부고속도로 한남나들목은 17㎞나 떨어져 있다. 한남나들목과 서해안고속도로의 진입로인 성산대교 북단까지도 14㎞ 떨어져 있다. 따라서 서울세종고속도로는 주로 중부고속도로의 교통량을 분산시키고, 경부고속도로의 교통량은 별로 분산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세종고속도로는 경부와 서해안, 천안논산 등 기존 고속도로의 교통량을 흡수하고 정체를 완화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은 “서울세종고속도로가 통행 수요가 많지 않은 쪽에 추진되는 이유는 토지 보상이나 땅값 상승을 노리는 주변 지역의 이해에 따른 것 같다. 서울~세종 간은 고속철도 세종역을 신설해 철도 교통 중심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미 착공한 서울~안성 구간을 어쩔 수 없다면 안성~세종 구간은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한 고위 간부는 “경부고속도로 서쪽보다는 덜 개발된 동쪽이 고속도로 부지 확보 가능성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의 한 관계자도 “경부고속도로 서쪽은 기존에 민자 고속도로 사업이 추진돼왔기 때문에 신설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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