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4대강 남한강가의 준설토 적치장에 멸종위기종 2급인 단양쑥부쟁이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왔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4대강 사업 때 퍼낸 남한강 준설토에서 멸종 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 꽃이 피었다. 준설토에 씨앗이 묻혀 있다 발아해 스스로 자란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운동연합은 29일 “4대강 사업 남한강 준설토 적치장이 있는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장안리 남한강-청미천 합수부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인 단양쑥부쟁이 군락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단양쑥부쟁이는 단양에서 충주에 이르는 남한강가 모래밭과 자갈밭에서 자라는 한국 고유종으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때 이 일대 서식지가 훼손돼 논란이 됐다.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4대강 남한강가의 준설토 적치장을 뒤덮은 단양쑥부쟁이. 환경운동연합 제공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4대강 남한강가의 준설토 적치장에서 활짝 꽃을 피운 단양쑥부쟁이. 환경운동연합 제공
이번에 단양쑥부쟁이가 발견된 곳은 청미천 합수부의 준설토 적치장으로, 전체 넓이는 500평 정도다. 청미천 합수부는 4대강 사업 때 남한강을 준설한 뒤 하상 보호공(강바닥 보호판)을 깔았으나, 지금은 모래가 다시 쌓인 곳이다. 환경운동연합 신재은 자연생태국장은 “이 단양쑥부쟁이는 씨앗이 준설토에 묻혀 있다가 꽃을 피운 것으로 추정된다. 시드뱅크(씨앗 창고)인 준설토를 함부로 반출하지 말고,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된 주변 모래밭을 되살리는 데 활용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는 준설토 적치장 자갈밭에서도 꽃을 피웠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보호망으로 덮인 준설토 적치장의 경사진 곳에도 단양쑥부쟁이가 자랐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단양쑥부쟁이는 홍수로 모래밭이 물에 잠길 때마다 서식지가 자주 바뀐다. 과거엔 단양, 충주, 여주 등 남한강가 일대에서 널리 자랐으나, 현재는 여주의 남한강가에서만 발견된다. 이름의 유래가 된 충북 단양군 서식지도 홍수로 인해 사라졌다. 또 4대강 사업 때 보를 건설해 수위가 높아지고 모래밭이 사라지면서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