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대교(한강인도교)가 개통 100년을 맞았다. 그러나 애초 인도교였던 한강대교는 사실상 차량 전용 다리로 바뀌었다. 서울시 제공
서울 한강 최초의 인도교인 한강대교가 개통 100돌을 맞았다. 그러나 지나친 자동차 교통 수요 때문에 애초 ‘인도교’로 시작된 한강대교의 역사는 아직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10일 “한강대교가 추석 연휴 중인 지난 7일 개통 100주년을 맞았다.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14일 노들섬에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초 서울시는 이 행사를 한강대교와 노들섬에서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차량 통제와 비용 등의 문제로 한강대교에서 열려던 행진과 시민 걷기, 전시회 등 행사는 취소됐다. 노들섬에서만 전시회와 공연, 시민 소풍 등 행사를 할 계획이다.
한강대교는 과거 노들나루(노량진)가 있던 자리로 이 부근에 정조의 수원 행차 때 배다리가 놓이기도 했다. 남쪽엔 왕의 행궁(용양봉저정)과 효사정, 사육신묘, 북쪽엔 새남터 순교성지 등 역사 유적도 많다.
한강대교 남쪽 구간의 야경. 한강대교는 오래됐지만, 상부의 트러스 구조물이 아름다운 다리로 손꼽힌다. 서울시 제공
앞서 서울시 한강시민위원회 역사문화분과는 지난 3월 한강대교 개통 100년에 맞춰 다리의 보행성과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시에 요구했다. 2개의 다리로 이뤄진 한강대교 가운데 원래의 한강대교인 상류쪽 다리(4차로)를 보행 전용교로 전환하자는 안이었다. 애초 한강대교는 ‘한강 인도교’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차량 중심 다리로 바뀌어 접근하거나 건너기가 쉽지 않다.
한강시민위는 2개 한강대교 중 하나를 보행교로 전환해 시민들이 쉽게 걷거나 건너고, 다리 위에서 공연, 전시 등 행사를 열며, 다리 양쪽엔 가벼운 상가나 전시관 등을 세워 한강의 명소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다리 중간에 있는 노들섬을 문화 공간과 공원으로 만드는 사업과도 연계하자는 것이었다.
차량-보행 다리였다가 보행 전용교로 바뀐 체코 프라하의 카를루프 다리. 김규원 기자
그러나 서울시는 한강대교의 교통량이 현재도 많고, 한강대교를 8차로에서 4차로로 줄이면 매우 혼잡해질 것이라며 ‘불가’ 의견을 밝혔다. 또 8차로에서 6차로로 줄이는 방안, 4차로의 새 차량교를 추가하는 방안, 남쪽에서 노들섬까지 보행교를 신설하는 방안 등도 차량 수요와 비용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은 “서울시가 2018년까지 노들섬을 문화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므로 어차피 보행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 새로 보행용 다리나 케이블카를 놓는 것보다는 기존 한강대교를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한강인도교를 원래처럼 차량과 보행자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행 전용교인 영국 런던의 밀레니엄 다리. 김규원 기자
외국의 경우, 도시 강의 다리는 접근하거나 건너기 쉽고, 보행 전용교도 많이 만들어져 있다. 프랑스 파리엔 시몬 드 보부아르 다리 등 모두 4개의 보행 전용 다리가 있고, 영국 런던에도 밀레니엄 다리 등 2개의 보행 전용교가 있다. 다른 다리들도 걷거나 건너기 쉽다.
한강대교는 1917년 ‘용산 한강인도교’라는 이름으로 개통됐다. 조선 때도 한강에 다리를 놓는 일은 큰 과제였는데, 20세기에 들어서야 실현된 것이다. 애초엔 왕복 4차로로 2차로는 차량과 자전거, 2차로는 사람이 다니도록 돼 있었다. 그러다 1935년에 더 큰 규모의 다리로 고쳐 지었다. 1950년 6.25전쟁 때는 북한군의 남진을 늦추기 위해 개전 사흘 만에 다리를 폭파했고, 1958년에야 복구됐다. 1982년엔 옆에 4차로의 다리를 추가로 건설했고, ‘제1한강교’라는 이름을 한강대교로 바꿨다.
한강인도교의 개통 직후 모습. 상부의 아치 트러스 모양이 지금과 다르다. 서울시 제공
한강인도교가 놓인 초기엔 시민들의 나들이 장소이자 자살 장소로 이름높았다. 용산 쪽의 한강 백사장은 여름에 시민 최대의 피서지였고, 다리 아래선 썰매와 스케이트 등 겨울스포츠도 활발했다. 1955년 신익희 대통령 후보는 30만명의 군중이 모인 한강 백사장에서 유세해 화제가 됐다. 한강 백사장 일부엔 동부이촌동 아파트가 지어졌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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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대교 부근의 백사장은 여름철에 서울 시민들의 대표적인 피서지였다.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