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의 고층 건물들. 23층 이상은 화재 때 외부로부터의 구조, 진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건물의 23층 이상은 불이 났을 때 외부로부터의 구조나 화재 진압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소방·대피 시설이 없으면 화재 때 큰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자료를 보면, 소방청에서 보유한 가장 높은 사다리차는 최고 70m짜리로 28층까지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장비는 고층 건물이 많은 서울에 1대, 부산에 1대 등 전국에 2대밖에 없다. 따라서 다른 지역에선 이용이 어렵다.
전국에 널리 보급된 사다리차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은 최고 55m짜리로 22층까지 닿을 수 있다. 이것은 전국 17개 광역 시·도에 모두 160대가 보급돼있다. 따라서 서울과 부산을 제외한 전국에서 화재가 났을 때 사다리차의 구조나 화재 진압을 기대할 수 있는 최고 높이는 55m, 22층이다.
23층 이상은 자체 소방·대피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화재 때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소방 헬기를 통한 구조나 화재 진압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건물 사이 바람과 헬기-건물 사이 반발바람 등으로 인해 고층 건물이 있는 도시에서 헬기로 불을 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헬기를 이용한 인명 구조도 옥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건물 옆에서의 구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진 의원은 23층 이상에 사는 시민들은 불이 났을 때 스스로 끄거나 대피할 수 있는 시설·장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실내 스프링클러와 소화기, 실내외 소화전, 상수도 소화설비, 피난안전구역, 유도등, 연기제거설비 등은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에는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만 107개가 있으며, 부산이 28개, 서울이 22개, 경기와 인천이 각각 19개로 가장 많았다. 특히 부산 해운대구는 25개가 있어 다른 지역을 압도했다. 그 다음은 경기 고양시가 14개, 서울 강남구가 9개였다.
50층 이상 건물의 화재로 인한 피해는 평소에 크지 않다. 2014년 18건, 1명 부상, 1억원 재산 피해, 2015년 10건, 3명 부상, 3천만원 피해, 2016년 8건, 7천만원 피해 등이었다. 그러나 한번 큰 불이 나면 피해가 급증한다. 올해는 경기 화성시 동탄의 66층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로 피해 규모가 7월까지 12건, 4명 사망, 15명 부상, 83억원 재산 피해로 크게 늘어났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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