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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7일간 나포 깜깜이’ 제2의 흥진호 사태도 못막는다

등록 2017-11-01 18:09수정 2017-11-02 09:04

선주 거짓말, 정부 소극대응 합작품
북한과의 연락 통로도 모두 끊겨
나포 가능성 있더라도 확인 불가능
28일 경북 울진 후포항에 도착한 391흥진호 선원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경북 울진 후포항에 도착한 391흥진호 선원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흥진호의 7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가 자국민 보호에 얼마나 무능했는지를 보여준 시간이었다.

38t급 복어잡이 어선 391흥진호(이하 흥진호)는 동해 북한 해역으로 들어가 조업하다가 10월21일 새벽 1시30분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가 27일에야 돌아왔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정부의 모든 관련 기관들은 지난 27일 오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흥진호의 송환 계획을 보도하기 전까지 나포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을까. ■ 선장의 불법 입북과 전 선장의 거짓말 정부의 합동조사 결과, 흥진호는 지난 20일 새벽 복어를 잡기 위해 한·일 공동 어로 수역에서 북한 해역으로 50마일가량 들어갔다. 흥진호의 해양 내비게이션인 지피에스(GPS)플로터의 기록을 보면, 흥진호가 북한 해역이 머문 시간은 무려 20시간 이상이었다. 21일 새벽 1시30분 흥진호는 북한 경비정에 나포되던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지 않았다. 흥진호엔 단파무전기와 위성전화 등이 갖춰져 있었으나,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이들이 나포된 뒤 21시간 뒤인 21일 밤 10시31분 해경은 흥진호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다음날 아침 8시엔 이런 사실을 관련 기관에 모두 전파했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해군, 중앙재난상황실, 해양수산부 등이었다. 그러나 22일 저녁 흥진호의 전 선장은 “22일 아침 8시20분 흥진호와 통화했으며, 독도 북방에서 조업 중이고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거짓말했다. 흥진호의 전 선장은 흥진호가 실종된 지 5일 만인 26일 오후에야 “22일 당시 흥진호가 러시아 해역으로 들어가 조업했을 것으로 짐작했고, 이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했다”고 해경에 털어놓았다.

■ 해경, 북에 나포 가능성을 초기에 배제 5일 동안 정부는 전 선장의 거짓말에 속아 흥진호가 북에 나포됐을 가능성을 초기에 배제했다. 특히 해경은 전 선장이 전한 흥진호의 마지막 조업 위치가 북한 해역과 500㎞ 이상 떨어져 있고, 당시 태풍의 영향으로 파고가 최대 6~7m였다는 점을 근거로 흥진호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경은 사고로 좌초, 침몰했을 것으로 추정된 흥진호를 찾기 위해 매일 함정과 항공기를 동원해 수색했고, 주변국인 일본과 러시아, 중국에 수색을 요청했다.

북한에 나포됐던 391흥진호가 7일 만인 27일 오후 10시16분께 속초항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391흥진호가 입항하자 정부 기관 관계자들이 선박으로 올라가 내부 점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에 나포됐던 391흥진호가 7일 만인 27일 오후 10시16분께 속초항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391흥진호가 입항하자 정부 기관 관계자들이 선박으로 올라가 내부 점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기관들의 대응도 매우 소극적이고 무능했다. 해경이 국정원에 흥진호가 북한에 나포됐을 가능성을 문의하자, 국정원은 “북한에 나포됐을 것으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관련 부처인 국방부와 해양수산부 장관도 북한이 발표하기 전까지 흥진호 나포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국정감사 자리에서 밝혔다. 청와대와 총리실도 해경과 국정원 등의 잘못된 보고에 따라 흥진호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만 판단하고 나포됐을 가능성에 대해선 생각하지 못했다.

■ 북과 연락할 통로 전혀 없어 정부가 흥진호가 북한에 나포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더라도 현재로선 북한에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공식 통로가 전혀 없다. 과거 남북간에는 판문점 전화와 군 통신선 9개 등 모두 10개의 연락 통로가 있었으나, 현재는 모두 끊겼다. 현재 남북간 연락은 판문점에서 마이크를 이용해 육성으로 전달하거나 방송을 통해 발표하는 수밖에 없다. 국방부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한 데는 남북 사이에 통신선을 복원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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