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민호군의 어머니 박정숙씨가 22일 민호군에 얘기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집에 민호가 갖고 갈 햇반이랑 라면이 있어요. 금요일 나왔다가 회사에 들어갈 때면 아침식사용으로 챙겨가던 햇반과 라면이 집에 있는데…”
이민호군의 어머니 박정숙(50)씨의 눈에는 또다시 눈물이 왈칵했다. 회사 식당에서 점심과 저녁을 먹을 수 있지만, 아침밥은 실습생들이 해결하기 때문에, 민호군은 집에 올 때면 늘 햇반과 라면을 챙겼다.
민호군의 부모는 만두 유통업을 하다 2004년 이른바 ‘불량만두 파동’으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자식들 생각에 이곳저곳 다니면서 ‘악착같이’ 일했다. 아버지 이상영(55)씨는 화물차를 운전한다.
“민호가 첫 월급을 받고 매달 100만원씩 적금을 부어달라고 해서 3개월 동안 300만원을 모았어요.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실습생이 한 달 250만원을 받으려면 얼마나 일해야 하는지 우리도 알잖아요. 첫 월급 받았다고 아빠 엄마 모시고 가서 저녁식사 자기가 대접하고, 너무 기특했어요.” 박씨는 민호군의 적금 통장을 꺼내 보여줬다.
아버지 이씨는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까 아들이 5만원을 주면서 갖고 계시라고 하데요. 주말에 회사에서 집까지 민호 데리러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기름값 든다고 무심코 얘기했더니 ‘기름값으로 쓰세요’ 하면서 10만원을 줬어요.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울분 섞인 목소리로 말하던 이씨는 허허롭게 웃었다.
컴퓨터 게임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민호군은 첫 월급을 받고도 노트북 컴퓨터를 사지 않았다. 박씨는 “친구들이 노트북을 샀지만, 민호는 늦게까지 게임을 하다 보면 일에 지장을 받을까 봐 사지 않았다”고 했다. 민호군은 금요일 집에 오면 컴퓨터 앞에 앉지 않았고, 토요일 오전까지 내내 잠만 잤다. 어머니 박씨가 ‘잠을 자더라도 밥을 먹고 자라’고 깨울 정도였다. 박씨는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으면 집에 와서 잠만 잤겠나. 하지만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호군과 같은 회사에서 현장실습을 했던 학교 친구 이아무개(18)군은 “학교도 꼬박꼬박 잘 다녔고,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는 밝고 활발했던 친구였다”고 기억했다. 민호군 이모는 “학교나 교육청이 정말 반성해야 한다. 학생을 보내놓고 무책임하게 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노했다.
“의사 선생님이 민호 심폐소생술을 한 30분 남짓하다가 환자한테 너무 무리가 간다기에 내가 ‘식물인간도 좋다. 내가 데리고 있을 테니까 무조건 살려만 주세요. 어떻게 이런 애를 보냅니까’라고 애원했어요. 이제는 아무 소용이 없지만…” 민호군 어머니의 말이다.
제주/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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