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군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조감도.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조성사업은 2014년 2월 공정률 30% 상황에서 중단됐고, 이 사업을 추진하던 하동군은 빚더미에 눌러앉으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다. 하동군 제공
조선경기 침체와 국제 금융위기 등에 따른 자금조달 실패로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중단되는 바람에, 사업시행자인 경남 하동군이 빚더미에 눌러앉으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지난 4일 하동군청 대회의실에서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종합대책 설명회’를 열어 “대우조선해양에 지급해야 할 841억여원을 내년에 전액 지급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재판장 임태혁)는 대우조선해양이 하동군을 상대로 제기한 분양대금 반환 등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하동군은 대우조선해양이 하동군을 대신해 갚은 770억여원과 지연손해금 70억여원 등 841억여원을 대우조선해양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동군이 편성한 내년도 예산은 4559억원인데, 이 가운데 20% 가까이가 대우조선해양에 갚을 돈이다. 하동군은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해 여러 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데, 추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큰 채무 총액은 1787억원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에 갚아야 할 돈까지 합하면 총액은 내년 예산의 60%에 가깝다. 하동군 재정자립도는 7%에 불과하다.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하동군이 처음으로 파산하는 지자체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동군은 각종 공사시설비 절감, 업무추진비 감액, 5급 이상 공무원 급여 인상분 자진 반납, 공무원 초과근무수당과 연가보상비 감액, 세출구조 조정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시도해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으론 연 15%인 이자도 감당할 수 없다.
윤 군수는 “하동군 유사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낙담만 할 수는 없다. 어려울수록 법과 원칙을 지키며, 군민과 함께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하동참여자치연대는 “윤상기 군수는 갈사만을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산업단지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전임군수에게 근본적 잘못이 있지만, 윤 군수 또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옛 재정경제부는 2003년 10월30일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하동지구에 4개 산업단지를 지정했다. 4개 단지 중 핵심인 갈사만 조선산업단지는 2015년 말까지 1조5970억원을 들여 561만3000㎡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2년 2월 착공 직후, 조선경기 침체와 국제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자금조달에 실패하는 바람에 2014년 2월 공정률 30% 상황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말까지 1430억원에 공단 터 66만1487㎡를 분양받기로 2010년 9월28일 사업시행자인 하동지구개발사업단과 계약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5월7일 하동지구개발사업단이 770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연대보증을 섰고, 이날 하동군은 하동지구개발사업단으로부터 모든 권리와 의무를 넘겨받았다. 이틀 뒤인 5월9일 대우조선해양은 계약금 110억원을 하동군수 명의 계좌에 입금했다. 2014년 2월 공사가 중단되자, 금융권은 연대보증인인 대우조선해양에 돈을 갚으라고 압박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7월30일 770억원을 대신 갚은 뒤, 2015년 8월26일 하동군에 분양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11월11일 소송을 제기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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