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1-44번지에 위치한 로봇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다양한 로봇 인형들을 신기한 눈으로 둘러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도시와생활 - 백성현 교수 ‘로봇박물관’ 인기…40개국 최초로봇등 3500여점
인간의 호기심과 선의의 집착은 많은 이들에게 때때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서울 동숭동의 ‘로봇박물관’이 바로 그런 경우다. ‘로봇광’이었던 명지전문대 백성현 교수가 20여년 간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로봇 3500여점은 그 자체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하나의 독특한 박물관이 됐다. 연극과 소극장으로 표상되는 서울 대학로의 한켠에 자리잡은 로봇박물관은 지난해 5월 문을 열었지만 소장 목록의 화려함에 비해 일반인에겐 덜 알려져 있다. 소극장 골목을 걷다가 마주치는 박물관은 마치 로봇이 탄생되는 공장을 연상시키듯 조각난 강철판으로 감싸진 외관이 눈길을 끈다. 박물관은 제작된 지 100년이 넘은 로봇에서부터 전세계에서 8개밖에 없는 희귀 로봇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진기한 로봇들로 가득하다. 박물관이 가장 자랑하는 것은 전세계 40개국에서 만들어진 각 나라 최초의 로봇들을 소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1900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틴맨’이라는 로봇이다. 틴맨은 몸통에 머리와 팔다리가 뎅그렁 달려 있어 로봇이라기엔 초라한 수준이지만, 태엽으로 작동하는 틴맨을 보고 신기해했을 100년 전 어린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1968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로봇 ‘캡틴’도 찾아볼 수 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육면체 모양의 로봇은 요즘의 세련된 로봇들과 견주면 촌스럽기가 이를 데 없지만 국내에서 첫 제작된 로봇이라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수많은 로봇들 사이에 소위 ‘명품’이라고 할 만한 로봇들도 있다. 1926년에 제작된 독일 영화 <메트로폴리스>에 등장하는 ‘마리아’라는 여성 로봇이 1970년대에 영화 마니아를 위해 전세계에서 8개만 실물로 제작된 것. 백 교수가 그 가운데 하나를 8천만원에 구입했다. 지금 거래가는 무려 1억원대라는 게 박물관쪽 설명이다. 박물관을 한층 더 올라가면 태권브이, 마징가제트, 철인28호, 메칸더브이 등 70~80년대 만화영화 속 추억의 로봇들이 어른들을 어릴 적 동심으로 이끈다. 1930년대부터 시대별 문화사조에 따라 모습을 바꿔가는 피노키오 로봇을 살펴보는 것도 이채롭다. 이밖에 1950년에 브라질의 시계수리공이 만든 로봇으로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전설이 담긴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인간 ‘틴맨’, 로봇은 아니지만 메리 셜리의 SF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손으로 베껴 쓴 1888년작 필사본, 1955년 이윤기의 딱지만화 ‘로벗트’ 등 진기한 소장품들을 안내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다보면 시간은 어느 새 1시간 반을 지난다. 또 직접 조작이 가능한 로봇도 마련돼 있고 소규모 상영관에선 입체 만화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의 이춘재 팀장은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로봇 유물들이 많아 그 가치를 돈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루 평균 200~300명의 관람객이 찾으며 오전에는 유치원, 초등학생의 단체관람이 많다. 문의 (02)741-8861.
글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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