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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엉킨 ‘거미줄 하청’…같은 업체 타워크레인 또 사고

등록 2017-12-11 22:17수정 2017-12-11 22:22

4월 울산서 5명 사상자 낸 업체
이번엔 크레인 빌려줬다 사고

원천→하청→임대→재하청
설치 운영 조립 ‘위험 외주화’
체계적 안전교육·관리 어려워
사고 타워크레인은 국내 5대만
경찰, 특이 기종 매뉴얼 등 조사
잇따른 타워크레인 사고 배경이 ‘위험 외주화’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용인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타워크레인 사고 역시 원청업체와 하청·재하청·타워크레인 임대 등 공사 과정이 복잡하게 짜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한 공사 현장에서 체계적인 안전교육은 물론 공사 과정이나 업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임을 보여준다.

11일 경찰과 관련 업계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 소유 업체인 ㅊ건설은 지난 4월 5명의 사상자를 낸 울산 한 정유공장 타워크레인 전복사고 당시 대림산업한테 하도급을 받아 크레인 설치를 했다. 당시 ㅊ건설은 이탈리아 업체에 크레인 설치를 다시 위탁했으나, 설계도면에 명시된 볼트보다 지름이 작은 볼트로 부실하게 시공해 110m짜리 타워크레인 기둥이 넘어져 노동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경찰은 지난 9월 ㅊ건설 안전책임자 등 공사 관련자 4명을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용인시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시공사인 대림종합건설은 타워크레인 설치·운영을 ‘ㅅ기업’에 하청을 맡겼다. 이어 ㅅ기업은 타워크레인 소유 업체인 ‘ㅊ건설’에서 크레인을 빌린 뒤, 조립은 ‘ㅁ타워’라는 소규모 영세업체에 다시 하청을 맡겼다.

<한겨레> 취재 결과, ㅁ타워는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기능사가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였다. 이 업체처럼 개인사업자가 10명 안팎의 팀을 꾸려 크레인 설치·해체를 하는 사업자는 전국에 120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위험하고 복잡한 신축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 설치와 운영이 원청과 하청·임대·조립 등 제각기 분리돼 뒤엉켜 있는 것이다.

또한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프랑스 포테인·모델명 MD1100)은 국내에 등록된 타워크레인 6074대 가운데 5대밖에 없는 기종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소유 업체인 ㅊ건설이 ㅅ기업이나 ㅁ타워에 ‘사용설명서’를 제공했는지와 ㅁ타워가 이를 숙지하고 작업에 들어갔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용인동부경찰서, 고용노동부, 용인시청 등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의 동원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전날 일어난 타워크레인 사고의 합동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용인/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용인동부경찰서, 고용노동부, 용인시청 등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의 동원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전날 일어난 타워크레인 사고의 합동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용인/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독일 리프헤어(Liebherr·립헬)사의 타워크레인보다 인상(마스트 높이를 올리는 작업)할 때 중심을 잡기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숙련된 작업자도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상길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 이사장은 “교각 등 대형 공사 현장에서 선호하는 MD1100은 중심만 잡으면 360도를 회전해도 넘어가지 않고, 강풍에도 잘 견뎌 외국에선 선호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주 드물게 사용한다. 따라서 기종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작업했는지 봐야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고를 수사 중인 용인동부경찰서는 사고 크레인의 정기 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와 수입 과정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안전교육과 작업 매뉴얼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작업자들이 숨지거나 다치고 사고 내용이 복잡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별도로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특별감독관 14명은 앞으로 1주일 동안 사고 현장 대책본부에서 특별감독을 벌인다.

용인 울산/김기성 이정하 신동명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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