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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몽골군과 왜군은 용산기지에 주둔하지 않았다

등록 2017-12-20 16:19수정 2017-12-21 11:49

용산구, 용산 기지 일대 역사 다룬 책 발간
용산 기지 일대는 조선 때 ‘둔지미’란 지역
용산은 만리재~용산성당 일대의 긴 산줄기
1882년 임오군란 때 청군이 처음으로 주둔
“역사 정확히 알아야 공원도 제대로 조성”
일제 때 용산 기지의 모습. 용산구
일제 때 용산 기지의 모습. 용산구
“용산기지엔 용산이 없습니다. 또 용산기지에 몽골군이나 왜군이 주둔했다는 속설도 사실이 아닙니다.”

20일 <용산기지 내 사라진 둔지미 옛 마을의 역사를 찾아서>라는 책을 펴낸 서울 용산문화원 김천수 역사문화연구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전작인 <용산의 역사를 찾아서>에 이어 이 책은 현재 용산기지 일대의 역사를 깊고 세밀하게 다뤘다. 용산기지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 아는 사실들도 바로잡았다.

용산기지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이 기지가 용산 일대에 있거나 이 기지 안에 용산이 있다는 인식이다. 이 책은 용산기지가 ‘용산’이 아니라 ‘둔지미’(둔지산) 일대에 있었다는 점을 첫머리에 밝혔다. 조선 때 이 지역의 공식 지명도 ‘둔지미’에서 이름을 딴 ‘둔지방’이었다. 둔지미는 ‘둔전 부근의 산’이나 ‘작은 산이나 언덕’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둔지미라는 지명은 전국에서 나타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부대전청사가 있는 대전 둔산동이다. 둔산동의 옛 이름도 둔지미였다.

용산 기지 안 일본군 사령관 관저. 용산구
용산 기지 안 일본군 사령관 관저. 용산구
용산은 이 둔지방의 서쪽 일대를 말하는 것으로 지금의 만리재와 효창공원, 용산성당 일대의 긴 산줄기를 말한다. 이 기지의 이름이 용산이 된 것은 러-일 전쟁 이후 일본군이 이 땅을 차지하면서부터다. 일본군은 둔지미 일대를 ‘신용산’이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신’자가 빠지면서 이 일대가 ‘용산’으로 둔갑한 것이다.

또 이 책은 고려 때 몽골군과 임진왜란 때 왜군이 용산기지 일대에 머물렀다는 속설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고려 때 몽골군이 이 일대에 머물렀다는 역사 기록은 전혀 없으며, 고려의 수도는 개성이기 때문에 몽골군이 이 곳에 와서 주둔할 이유는 없었다. 또 임진왜란 때도 왜군 고니시 유키나가의 부대는 원효로 일대에, 가토 기요마사의 부대는 갈월동 부근에 주둔했다. 다시 말해 왜군은 진짜 ‘용산’ 부근에 주둔했고, 용산기지(둔지미) 쪽에는 주둔하지 않았다.

용산 기지 안 조선 총독 관저. 용산구
용산 기지 안 조선 총독 관저. 용산구
용산기지에 외국 군대가 처음 주둔한 것은 1882년 임오군란 때다. 당시 청 군대는 ‘둔지미’에 주둔하던 청 군영을 방문한 흥선대원군을 납치해 톈진으로 보냈다. 그리고 러-일 전쟁 뒤 일본군은 이 일대의 땅 118만평을 강제수용해 주둔군 사령부로 사용했다. 1945년엔 미군이 이 기지에 들어왔고 오늘에 이르렀다.

김천수 실장은 “미군이 평택으로 가면서 환수되는 용산기지의 역사를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땅의 역사를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된 용산공원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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