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 옆에 전시돼 있는 옛 포경선. 신동명 기자
울산에서 검찰과 경찰이 ‘고래고기 수사’를 싸고 맞붙어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고래고기 수사는 지난 2016년 4월 울산 중부경찰서가 불법 고래 포획사건과 관련해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27t 중 21t을 울산지검 담당 검사가 한 달 만에 경찰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당시 피고인 신분이던 포경·유통업자들에게 되돌려준 일이 드러나면서 비롯됐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9월 핫핑크돌핀스의 고발에 따라 이 과정에서의 위법성 여부를 가리는 수사에 나섰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내세우는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수사를 이끌어 더욱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됐다.
10일 핫핑크돌핀스가 전날 청와대 누리집에 올린 국민청원 내용을 보면 “통상 압수한 고래고기는 검찰 지휘를 받아 경찰이 처리하는 게 관례인데, 담당 검사가 이례적으로 고래연구센터의 유전자(DNA) 분석 결과도 나오기 전 수사 경찰의 불가 의견에도 불구하고 팩스로 경찰에 ‘환부 지휘서’를 보낸 뒤 경찰이 입회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고래고기를 되돌려줬다. 검찰의 상식과 관행을 무시한 처리 방식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또 “당시 포경업자들이 2억원의 수임료를 내고 울산지검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조작한 고래유통증명서를 담당 검사에게 제출했고, 검사는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은 채 고래고기를 되돌려줘, 고래축제를 앞두고 포경업자들이 수십억원의 금전적 이익을 얻게 했다. 검찰 선배 출신 변호사가 담당 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했거나 금전적 대가를 제공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울산지검이 언론에 입장문을 배포했는데, 경찰 수사에 불만을 표출했을 뿐, 소속 검사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불법 장물'이 시중에 수십억원어치 유통된 데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포경업자들의 불법을 단죄해야 할 검사가 오히려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사건에 대해 울산지검이 진실을 밝힐 의지가 전혀 없음이 드러난 지금 청와대가 나서서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 고래고기를 둘러싼 ‘추악한 커넥션’을 끊어버리기를 청원한다”고 촉구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 4일 포경·유통업자 쪽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변호사 사무실·통신·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으로부터 통신·계좌에 대해서만 제한된 조건으로 영장을 발부받았다. 또 담당 검사에 대해서는 서면질의서를 보냈으나, 검사가 이미 지난 연말 캐나다로 국외연수를 떠나 조사를 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울산지검은 지난 9일 언론에 배포한 ‘참고자료’를 통해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 담당 검사의 국외훈련은 법무부 장관의 파견 명령에 의한 것으로 이미 1년 전부터 예정돼 있었다. 담당 검사의 서면질의서 답변 여부는 개인 자유의사로 결정할 사항이지 소속 검찰청이 관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울산경찰청도 반박자료를 내 “검찰과 법원이 계좌·통신에 대한 영장 중 핵심 부분은 기각하거나 제한해 수사가 지연되거나 난관에 부딪히게 했다. 담당 검사도 수십 차례 전화통화를 요구했으나 사무실에 있지 않거나 공판에 출석한다는 핑계로 응하지 않고, 여러 차례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았고, 서면질의서도 수사절차만 거론하며 다시 경찰에 돌려주는 등 경찰 수사에 아무런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맞섰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