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광역시도지사들. 청와대 제공
한국 시민들은 지방분권 강화에는 찬성하지만 지방정부에 입법권을 주는 것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개헌과 관련해 19일 동안 받은 시민의견을 분석한 결과, 시민들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대체로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지방분권·균형발전 관련 5개 안건 가운데 지방분권, 제2국무회의, 자치재정권, 수도 이전은 찬성이 더 많았다. 다만 자치입법권은 반대가 더 많았다.
지방분권 강화에 찬성하는 사람은 1만2244명, 반대는 1만1975명으로 찬성이 조금더 많았다. 주요 내용은 ‘지방분권국가’를 헌법 1조에 명시하는 것과, 헌법에서 ‘지방자치단체’라는 표현을 ‘지방정부’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지방자치단체라는 표현은 그동안 지방분권과 자치를 비하하는 명칭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지방정부’나 ‘지역정부’라는 표현을 쓰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무총리, 장관과 함께 여는 국무회의 외에 광역지방정부의 장들과 함께 제2국무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개헌안은 찬성이 6975명으로 반대(3922명)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동안 지방정부의 장들은 중앙-지방 정부간 소통·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례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제2국무회의는 문재인 대통령 제안으로 이미 지난해 1차례 열렸다.
지난 2월 국민헌법자문특위의 발족식에서 연설하는 정해구 위원장. 국민헌법자문특위 제공
자치재정권과 자치입법권은 의견이 갈렸다. 자치재정권 강화는 찬성 9445명, 반대 6269명으로 찬성이 더 많았다. 지방정부의 세금 징수와 예산 사용 등 자주적 재정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자치입법권 강화는 찬성 9736명, 반대 1만3103명으로 지방분권 개헌 의제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가 더 많았다. 자치입법권은 지방정부가 현재의 조례 제정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입법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자문특별위원은 “국민이 지방분권 강화라는 큰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국회나 지방의회에 신뢰가 낮은 편이다. 그래서 유독 자치입법권 강화에 반대가 많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지역 균형발전 상징인 세종시를 헌법에서 행정수도로 명시하자는 수도 조항 신설에는 찬성 1만839명, 반대 5538명으로 찬성이 2배 가까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자문특위는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시하는 대신,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한다’는 내용을 개헌안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특위의 시민 의견 듣기는 2월19일부터 3월9일까지 19일 동안 진행돼, 시민의견 56만5139건을 받았다. 찬반 의견은 51만1천건, 댓글은 5만3천건이었다. 시민들이 스스로 제안한 안건도 3만8천여건이었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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