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치러진 제5회 지방선거 때의 이야기다. 당시 대구에서 동네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하던 한나라당 당원 김아무개(67)씨는 한나라당에 기초의원 후보 공천 신청을 냈다. 2010년 3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그는 다음달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이어 바로 민주당으로 달려가 같은 지역구에 공천 신청을 했다.
당시 민주당 대구시당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해 민주당으로 건너온 김씨를 바로 당원으로 받아줬다. 이어 민주당 대구시당 공관위는 그에게 기초의원 후보 공천까지 줬다. 그가 한나라당 당사를 들락거리며 신발에 묻었던 흙은 채 떨어졌을까. 결국 그는 3명을 뽑는 선거구에서 득표율 14.74%를 얻어 3등으로 당선됐다. 유권자들은 아마 그를 민주당에서 활동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해 표를 줬을 것이다.
6·13 지방선거를 두달 앞두고 대구 민주당이 시끄럽다. 한국당 쪽 정치인들이 대거 민주당으로 넘어와 당 정체성 논란이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 대구시당 공관위에 모두 80여명이 후보 신청을 했는데, 한국당 쪽에서 활동한 사람은 최소 10명이 넘는다. 이들 중 일부는 각 지역위원장들이 ‘영입’을 했다고 소문이 도니 당 정체성 논란이 클 수밖에 없다. 민주당 시당 공관위는 ’확장성‘을 내세우며 이런 한국당 출신들에게 하나둘씩 공천을 주고 있다.
대구 민주당은 정체성과 확장성을 놓고 고민했을 것이다. 정체성에 맞지 않지만 딱히 낼 후보가 없으니 한국당 출신을 받아주고 공천을 줬을 수도 있다. 나이도 좀 있고 한국당 쪽에서 활동했던 사람이니 영입하면 당장 민주당에 몇 표라도 더 갖다 줄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을 수도 있다. 야당에서 여당이 되니 인간의 정치적 생각은 살면서 바뀔 수도 있다고 이해하는 넉넉한 마음씨가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구 민주당은 이를 확장성으로 포장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확장성’이 아니라 수십년 동안 새로운 정치인을 제대로 찾지도, 키우지도 않은 대구 민주당의 서글픈 ‘현실’일 뿐이다.
“오늘 민주당 시당 공관위는 긴 토론 끝에 ○○○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당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지만 그는 지역에서 ○○○ 등의 일을 오랫동안 해온 인물입니다. ○○○ 등의 분야에 있어서는 해박하며 전문성도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공관위 회의에서 한국당 경력에 대해 ○○○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공관위원들이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그에게 출마 기회를 주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당원들과 대구 시민들이 이런 저희의 결정을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대구 민주당은 확장성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서글픈 현실을 가릴 것이 아니라 이런 설명을 해야한다. 이것은 수십년 동안 보수적인 대구에서 눈치보며 민주당을 뽑아온 일부 유권자와 당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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