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가 세종청사의 중심에 있는 핵심 부지를 차지해 청사를 짓겠다고 나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지난 19일 행정안전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세종시로 옮겨지는 행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새 청사 입지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터가 정부세종청사 지구의 중심에 위치한 상징적인 입지여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앞으로 제2청와대나 제2국회, 총리실이 들어갈 수 있는 핵심 터를 행안부가 멋대로 차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행안부와 행정도시청은 ‘정부세종신청사 입지 및 건립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신청사는 정부세종청사 중심부의 빈 공간에 위치한 2개의 정사각형 터 가운데 왼쪽 터에 건설된다. 정부는 3만7천㎡ 규모의 이 터에 3825억원을 투입해 2019년 말부터 건물 연면적 13만8천㎡의 새 청사를 지을 계획이다. 이 청사에는 새로 이전하는 행안부와 과기부, 이미 이전해 민간 건물을 쓰고 있는 인사혁신처 등이 들어갈 예정이다.
그런데 이 터의 입지가 정부세종청사 지구 가운데서도 핵심 중 핵심이어서 이를 섣불리 개별 부처의 터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해당 터의 대부분은 상업·업무 용지로 매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 부처가 입주한 뒤 이충재 전임 행정도시청장이 “이 부지가 갖는 중요성이나 상징성을 볼 때 민간 매각은 적절치 않다. 미래에 쓰일 수 있게 남겨두겠다”고 선언해 현재까지 비워진 채로 있다.
세종시에 있는 국립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조명래 원장은 “행정수도 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아 아직 정부세종청사가 불완전한 상태다. 따라서 세종청사의 미래를 위해 세종시의 중심이자 정체성인 청사 지구의 중심 부지는 개별 청사 부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부지 전체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행정도시청장을 맡아 세종시의 큰 그림을 그린 이춘희 세종시장도 “해당 부지는 세종청사의 중심이어서 개별 부처의 청사 부지로는 적절치 않다. 부처를 총괄하는 총리실과 같은 기관이 들어서는 것이 적절하다. 지난해 대통령과 장관들을 만났을 때도 세종청사에서 한쪽에 치우쳐 있는 총리실을 청사 지구의 중심부로 옮겨서 새로 지으면 좋겠다고 건의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 공공연구기관장도 “개헌을 하면 세종시로 행정수도가 갈 수도 있다. 해당 부지는 청사지구의 중심으로 청와대나 국회, 총리실 등 정부의 중심 기능이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신행정수도 후보지 평가위원장을 지낸 권용우 성신여대 명예교수도 “해당 부지에는 국회가 들어가 행정부와 협치를 하거나 청와대나 총리실이 들어가 각 부처의 업무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행정수도 문제가 결정될 때까지는 비워두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행정도시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행정도시청 안에서는 해당 부지의 입지적 중요성을 고려해서 되도록 유보지로 남겨두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청사 건설·관리 권한이 있는 행안부가 처음부터 해당 부지를 찍어서 요구해 그렇게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행안부의 박준하 정부청사관리본부장은 “행안부도 해당 부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행안부가 아닌 다른 부처도 들어가서 쓸 수 있게 지으려고 한다. 어느 기관이 들어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완공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미 신청사 건립을 결정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재검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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