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낮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 마을 한쪽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동네 안에 쓰레기 산이 생겼다니까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27일 낮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 주택 앞마당에서 주민 서진우(51)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하우스에 모종을 심으면 자꾸 죽어. 땅이 안 좋으니까 여러 번 심어야 해.” 함께 있던 주민 윤소봉(84)씨가 거들었다. “바람이 불면 쓰레기 냄새가 나고 먼지가 마을로 날아와 도저히 못 살겠다니까. 나이 든 할매들 밖에 없는 동네인데 지팡이 짚고 데모하러 갈 수도 없고….” 서씨가 울분을 쏟아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장독 뚜껑을 못 열어. 빨래도 못 너는 건 물론이고.” 윤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주민들 말대로 마을 한쪽에는 거대한 ‘쓰레기 산’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얼마나 높이 쌓아놓았는지, 어림잡아 10층짜리 아파트 높이는 돼 보였다. 곳곳에 비닐과 플라스틱 등이 널브러져 있고, 쌀쌀한 날씨인데도 여기저기 파리가 날아다녔다. 포크레인과 트럭 등 중장비들은 멈춰있고, 일하는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의성군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이 쓰레기 산은 낙동강과 불과 9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27일 낮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 마을 한쪽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 쓰레기 산은 한국환경산업개발이 의성군에서 폐기물재활용업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사업장이다. 원래 업체 이름은 우성산업이었는데 2014년 10월 한국환경산업개발로 이름을 바꿨다. 이 업체는 2008년 4월 중간재활용업(허용보관량 1137t)으로 첫 사업허가를 받았다. 이어 2013년 7월 종합재활용업(허용보관량 1020t) 허가도 따냈다. 허가받을 당시 쓰레기 허용보관량은 2157t이지만 지금 이곳에는 그 34배인 7만4000t의 쓰레기가 쌓여있다.
의성군은 지난 4년 동안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이 업체와 전쟁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미애 경북도의원(의성군 제1선거구)이 의성군에서 받은 이 업체의 행정처분 현황 자료를 보면, 군은 지난 2014년부터 지난달까지 8번이나 폐기물처리명령을 했다. 하지만 업체는 쓰레기를 거의 치우지 않아 8번의 영업정지와 거액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후 업체는 행정처분에 불복해 의성군과 행정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의성군은 지난해 8월 이 업체의 중간재활용업 허가를 취소했다.
임 의원은 “업주는 형사처벌과 별개로 오염된 토양 등을 원상 복구하는 등의 책임도 져야 한다. 의성군이 신속하게 대집행을 해서 쓰레기를 처리하고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업체 쪽에서는 재활용 폐기물 수출이 어려워지는 등 경영난으로 폐기물을 처리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번 달부터 환경영향조사를 시작했고 행정대집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업체 쪽 설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글·사진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