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독립영화관 프로그래머 조대영(50)씨는 광주에서 원작 소설을 읽고 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모임을 이끌고 있는 영화인이다. 최성욱 감독 제공
“동서양 고전으로 꼽히는 소설 등을 폭넓게 읽을 수 있고,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를 볼 수 있어요.”
광주독립영화관 프로그래머 조대영(50)씨는 9일 원작 소설을 읽고 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모임을 꾸리는 이유를 묻자, “영화를 편식하지 않고 안목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20세기 소설 영화 독본’과 ‘무소영’(무등도서관애서 소설과 영화를 만나다)이라는 모임을 이끌고 있다.
‘20세기 소설 영화 독본’은 2009년 1월 조씨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근무할 때 12명이 참여해 만든 모임이다. 회원들은 그동안 250여 권의 소설을 읽고 250여 편의 영화를 감상했다. 조씨는 “소설 원작을 읽은 뒤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시작한 모임이 10년째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매월 넷째주 수요일 오후 7시 광주극장 인근 광주영화인의집에서 모인다. 오는 16일 <트루 그릿> 소설을 읽고 영화 <더 브레이브>를 감상하는 것으로 첫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조대영씨가 1998년 전남대 앞 청년글방에서 영화모임을 하며 열었던 ‘천원짜리 영화제' 홍보물. 최성욱 감독 제공
영화인 조대영씨가 영화평을 엮어 낸 첫 책 <영화, 롭다>.
‘무소영’은 2015년 7월 광주 무등도서관에서 했던 같은 이름의 프로그램이 씨앗이 돼 지속되고 있는 소설영화 동아리다. 회원은 50여 명이다. 회비는 6개월에 1만원이다. 원작 소설을 읽은 시민들은 매달 첫째·셋째·다섯째주 월요일 오후 2시에 무등도서관 세미나실에서 영화를 본다. 1~5월 9개 작품을 감상한다. 21일 첫 시간엔 <오이디푸스왕>을 각색한 <오이디푸스>를 감상한다. 조씨는 “인물 심리를 글로 표현하는 소설언어가 영상언어보다 더 세밀하지만, 원작 소설에 밀리지 않는 영화를 만날 때 행복하다”고 말했다.
영화인 조대영씨가 1991년 설립한 영화 동아리 `굿펠라스' 회원들. 최성욱 감독 제공
조씨는 광주에서 ‘영화광’으로 소문이 난 영화인이다. 그는 1991년 ‘굿 펠라스’라는 동아리를 결성해 지인들과 지하실 한 켠에서 영화를 함께 보기 시작했다. 1998년무렵엔 전남대 앞 청년글방에서 영화모임을 이어가며 ‘천원짜리 영화제’를 기획했던 조씨는 광주독립영화협회 대표를 맡기도 했다. 지난달 초 <광주드림>에 연재했던 영화평을 엮은 첫 책 <영화, 롭다>(드림미디어)를 내기도 했다. 오로지 영화만을 위해 태어난 조씨의 삶과 일상을 다룬 ‘호모 시네마쿠스’(50분·최성욱 광주독립영화협회 대표)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지난해 제작되기도 했다. (010)4660-5792.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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