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선진국에는 한국과 달리 출생과 동시에 주어지는 일률적인 주민번호 제도가 없다. 새로 도입되는 주민등록증. 행정안전부 제공
2020년 10월부터 발급되는 주민등록번호엔 차별을 막기 위해 지역 정보가 표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 정보 침해와 유출 논란이 계속돼온 주민등록번호 자체는 당분간 폐지되지 않는다.
17일 행정안전부 서승우 지방행정정책관은 “주민번호를 통한 출신 지역 정보 유출 논란에 따라 주민번호 13개 자리 가운데 8~11번째에 표시되는 지역 정보를 삭제하고, 8~13자리는 임의번호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번호 1~6번째에 표시되는 생년월일과 7번째에 표시되는 성별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1975년 현재의 13개 자리 번호가 도입된 지 45년 만에 주민번호 체계가 바뀌는 것이다.
새 주민번호는 2020년 10월부터 발급되며, 출생과 주민번호 변경·정정, 국적 취득의 경우 새 주민번호를 받게 된다. 기존에 주민번호를 받은 사람은 적용되지 않는다.
새 주민번호에서 지역 정보가 삭제되는 것에 대해 서 정책관은 “주민번호의 지역 정보가 일부 지역 출신자에 대한 차별의 근거로 악용된 일이 있었고, 북한 출신자들의 주민번호도 경기도의 한 지역으로만 돼 있어 역시 차별 논란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시민에게 출생이나 국적 취득과 동시에 강제적으로 별도의 개인식별번호를 부여하는 제도 자체는 유지하기로 했다. 서 정책관은 “주민번호를 폐지하거나 개인 정보가 담기지 않은 임의번호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주민번호를 근간으로 한 의료·금융 정보 시스템을 바꾸려면 11조원에 이르는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돼 이번엔 바꾸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선진국엔 한국과 달리 강제적이고 일률적으로 부여하는 별도의 개인식별번호 제도는 없으며, 행정 목적별로 서로 다른 번호를 부여한다. 따라서 이들 나라에서 개인 확인은 운전면허증, 여권, 사회보장카드 등을 다양하게 이용한다. 한국에서도 현재의 주민등록번호와 주민등록증 제도는 박정희 유신 독재 시절인 1975년 도입됐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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