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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역사적 명승은 서울시 문화재, ‘엉터리’ 명승은 국가 문화재?

등록 2020-01-29 05:00수정 2020-01-29 13:43

성락원과 달리 서울 명승 대부분 지방 문화재
서울의 최고 별서 석파정은 서울 유형문화재
인왕산 수성동·백운동은 서울시 기념물 불과
전문가 “엉터리로 지정된 성락원만 국가 명승”
서울에 남아있는 조선 때 최고 별서로 꼽히는 흥선대원군의 석파정. 한겨레 사진
서울에 남아있는 조선 때 최고 별서로 꼽히는 흥선대원군의 석파정. 한겨레 사진
국가 문화재(명승 35호)로 지정된 근거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서울 성북구 ‘성락원’과 달리, 역사적 근거가 확실한 서울의 대표적 명승들은 대부분 지방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락원의 문화재 지정을 취소하고 서울의 다른 명승들에 대해 재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의 역사적 명승으로 손꼽히는 종로구 부암동 석파정, 인왕산 수성동, 인왕산 백운동 등은 모두 서울시(지방) 문화재로 지정돼 있었다. 석파정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26호, 인왕산 수성동 계곡은 서울시 기념물 31호, 인왕산 백운동 계곡은 서울시 기념물 40호 등이었다.

서울시의 전통적 명승 가운데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부암동 백석동천(명승 36호)뿐이었다. 백석동천은 추사 김정희의 별서인 백석정, 또는 북서가 있던 곳이다. 성북동 성락원도 명승으로 지정돼 있으나, 근거가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나 지정을 취소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조선 때 서울의 대표적 명승인 인왕산 수성동. 김규원 기자
조선 때 서울의 대표적 명승인 인왕산 수성동. 김규원 기자
서울시 유형문화재인 석파정은 조선 영조 때 판서를 지낸 조정만과 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세도가 장동(안동) 김씨 김흥근의 삼계동 별서였다. 이곳을 흥선대원군이 고종 즉위 뒤 빼앗았으며, 그 뒤에 흥선대원군의 호를 따서 석파정으로 바꾸었다. 석파정은 서울에 남아 있는 조선 시대 별서, 정원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꼽히며, 2018년 문화재청의 별서정원 조사에서도 국가 명승 지정이 권고됐다.

서울시 기념물인 인왕산 수성동은 조선 때 학자인 성현이 쓴 수필집 <용재총화>와 역사지리서인 <동국여지비고>, 한양 인문지리서인 <한경지략> 등에 서울의 대표적 명승으로 소개된 곳이다. 수성동은 ‘물소릿골’이란 뜻이며, 인왕산의 가장 깊은 골짜기여서 ‘인왕동’이라고도 한다. 수성동에는 조선 초기 안평대군의 별서인 비해당이 있었으며, 겸재 정선의 그림 <수성동>에 옛 모습이 담겨 있다. 정선의 <수성동>에 나오는 기린교도 그대로 남아 있다.

서울시 기념물인 백운동 역시 수성동과 함께 조선 때 인왕산의 대표적 명승이다. 백운동은 ‘흰구름골’이란 뜻이다. 성현은 <용재총화>에서 백운동을 삼청동, 인왕동(수성동)과 함께 서울의 5대 명승으로 꼽았다. 정선의 그림 <백운동>에 그 옛 모습이 담겨 있다. 대한제국 때 대신으로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한 김가진의 집 백운장이 있었으며, 김가진은 백운동에 ‘백운동천’이란 글자를 새겼다.

조선 때 서울의 대표적 명승인 인왕산 백운동. 문화재청
조선 때 서울의 대표적 명승인 인왕산 백운동. 문화재청
반면, 성락원은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 심상응의 별서가 있었다는 이유로 1992년 국가 사적, 2008년 국가 명승으로 지정됐으나,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은 고종 때 내관(내시)인 황윤명의 별서 ‘쌍괴당’이 있었던 곳으로 드러났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쪽은 “조선 때 서울의 대표적 명승으로 기록된 석파정, 수성동, 백운동은 서울시 문화재이고, 조선 때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성락원만 국가 문화재다. 과연 성락원이 서울의 역사적 명승들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성락원의 명승 지정은 취소해야 하고, 내시 별서로 재평가할 때도 다른 명승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도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별서가 서울시 문화재인데, 고종의 내시인 황윤명의 별서가 국가 문화재라는 건 사리에 어긋난다. 성락원의 명승 지정은 취소해야 하고, 석파정, 수성동, 백운동 등 다른 명승들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정 근거가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난 내시 황윤명 별서 성락원. 한겨레 사진
지정 근거가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난 내시 황윤명 별서 성락원. 한겨레 사진
이에 대해 박한규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국장은 “당시에 성락원과 석파정 등이 서로 다르게 지정된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성락원은 당시에 시급한 지정 사유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석파정은 소유자의 신청이 들어온다면 국가 명승 지정을 검토하겠다. 성락원은 지정에 오류도 있지만, 경관 가치가 있다고 해서 처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허대영 서울시 문화재연구팀장은 “성락원의 국가 문화재 지정은 문화재청의 일이라서 서울시가 말하긴 어렵다. 다만 석파정은 문화재청에서 명승으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평가해 서울시와 종로구가 소유자에게 국가 명승 지정을 신청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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