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지정 근거가 엉터리로 드러나 논란이 된 서울 성북동 성락원(명승 35호, 원래 이름 쌍괴당)과 관련해 앞으로 국가 문화재 지정 기준을 높이기로 했다. 또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백석동천 등 21개 별서·정원에 대해서 전수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성락원의 국가 명승 취소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30일 문화재청은 보도자료를 내어 “천연기념물과 명승 등 자연문화재 지정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 내용을 보면, 먼저 국가 지정 문화재 가운데 동물·식물·지질·천연보호구역·명승 등 자연문화재의 지정 기준을 높이기로 했다. 유형별 특성과 문화재 가치의 핵심 요소 등을 명확히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정 기준도 세부적으로 마련한다.
또 인물·연혁 등에 대한 역사·문헌적 고증을 강화하고, 문화재 지정을 위한 조사를 더 충실히 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정 사유·관련 사진·문헌 등 관련 자료를 풍부하게 수록한 지정 보고서를 발간해 나중에라도 지정 경과와 사유 등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추사 김정희의 별서가 있던 백석동천의 새긴글자. 문화재청
이와 함께 ‘서울 부암동 백석동천’(명승 36호) 등 이미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별서정원 21곳 모두에 대해 올해 상반기 안으로 관련 문헌·사료 등을 전면 재검토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지정 사유 정비·가치 재검토 등 후속 조처를 할 계획이다.
국가 문화재 지정을 취소하라는 요구를 받는 성락원과 관련해 문화재청은 “지정 과정의 일부 문제점을 인정하며, 현재 역사성 등을 재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개선된 지정 기준에 따라 명승으로서의 경관 가치를 철저한 재조사하고, 문화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명승 지위 유지 여부를 새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29일 <한겨레>가 성락원과 비교했을 때 지정 수준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보도한 석파정(서울시 유형문화재 26호)은 소유자가 지정을 신청하면 국가지정문화재로서의 가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영의정 김흥근과 흥선대원군의 별서였던 석파정. 한겨레 사진
그러나 성락원에 대한 문화재청의 입장은 성락원에 대해 1차로 명승 지정을 해제하고, 2차로 다른 가치가 있다면 지정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쪽,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등의 의견과는 다른 것이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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