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충남 태안군 태안읍 남산리의 눈 쌓인 밭에서 한 주민이 냉이를 캐고 있다. 태안에는 지난 6일부터 9일 오전까지 10㎝ 이상의 많은 눈이 내렸다. 태안/연합뉴스
전국 259개의 수도관이 얼었고, 4987개의 수도 계량기가 깨졌다. 전북 김제·부안에서는 139㏊의 시설 감자가 냉해를 입었고, 전북 고창에서는 숭어 10만7천마리가 얼어 죽었다. 10일 오후까지 행정안전부에 보고된 폭설과 한파 피해 현황이다. 이날 상당수 지역에서 한파 특보가 해제되거나 낮아졌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제설과 농수산물 피해 복구를 하려고 팔을 걷어붙였다.
북극에서 시작된 한파는 바다와 육지를 가리지 않았다. 육지 근처 바닷물까지 얼려버릴 정도로 기세가 등등한 추위는 양식장 물고기까지 동사시켜 어민들의 시름을 깊게 했다.
10일 전북 고창군에서는 부안면의 양식장 두 곳에서 숭어 10만7천마리가 떼죽음했다. 바다가 아닌 내륙에서 축제식 양식장(제방을 쌓아 어류를 기르는 양식장)을 하는 홍순옥(68)씨는 “재난지역으로 선포되지 않으면 별다른 보상을 못 받기 때문에 피해를 보고도 신고하지 않은 곳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북 고창군 부안면 홍순옥씨 양식장 2곳에서 숭어 10만7천여마리가 한파에 떼죽음했다. 홍순옥씨 제공
다른 지역 양식장들도 낮아지는 수온 탓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상태다. 지난 8일부터 전남 함평만 해역은 저수온 경보가, 목포 달리도부터 해남 송지면 남단, 고흥 득량만과 여수 가막만에는 저수온 주의보가 내려졌다. 여수 연안 해역에서 양식 중인 돔은 900만마리인데, 양식장 및 수온이 6℃ 이하로 떨어지면 폐사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해상 가두리는 먹이 공급을 중단하고, 영양제 등을 투입해 면역력을 강화해달라고 했다.
제설을 두고 지역에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남 무안에서는 민간위탁 제설차량 차주들이 군청의 작업요구에 반발해 차주 1명이 제설장비에 불을 지르고, 다른 차주 4명도 업무 중단에 들어갔다. 이들은 “제설제가 바닥났는데도 군에서 ‘(뿌리는) 시늉이라도 하라’고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늑장 제설로 지난 8일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이 사과했던 서울시는 이날 오전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도시고속도로 등 주요 간선도로는 지난 7일, 지역도로는 지난 9일 제설작업을 완료했다”며 “예보 이상의 강도 높은 조처로 눈으로 인한 교통혼잡과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정대하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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