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탈진한 소방관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인명검색에 나섰다 실종됐던 경기도 광주소방서 김동식(52·소방경) 119구조대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가족과 동료 소방관들의 애타는 기도에도 불구하고 48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지난 17일 일어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진압 중인 소방당국은 19일 낮 12시10분께 불이 난 건물 지하2층에서 김 대장의 주검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날 김 대장은 인명 구출 훈련을 받은 구조대 15명이 오전 10시40분께부터 불이 난 건물에 진입해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유해가 발견된 지점은 지하 2층 입구에서 직선으로 50m가량 떨어진 곳이다. 수색팀은 현장을 정리한 뒤 오전 11시32분부터 유해 수습을 시작해 낮 12시12분에 완료했다.
김 대장의 가족들과 동료 소방관들은 무사귀환을 기도하며 이틀 넘게 발을 굴렀지만, 김 대장은 끝내 걸어 나오지 못했다. 김 대장의 유족으로는 부인과 20대 남매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장은 1994년 4월 소방에 입문한 27년 경력의 베테랑이었다. 하남과 양평·용인 등 경기지역 소방서에서 구조대와 예방팀, 화재조사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이에 소방행정유공상, 경기도지사 표창장 수상 등 각종 상을 받으며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았고 응급구조사 2급, 육상무전 통신사, 위험물 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남다른 학구열을 보이기도 했다.
김 대장은 화재가 난 지난 17일 실종됐다. 그는 화재 발생 6시간 만인 17일 오전 11시20분께 화염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지자 동료 4명과 함께 인명검색을 하려고 지하 2층에 진입했다. 그러나 김 대장 등이 지하 2층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고에 쌓인 가연물을 비롯한 각종 적재물이 무너져 내리며 불길이 거세졌다. 대원들은 11시40분께 즉시 탈출을 시도했으나 동료들과 달리 김 대장은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김 대장은 동료들을 먼저 내보내며 탈출 대열 맨 뒤에서 빠져나오다 고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대장이 메고 있던 공기통은 20분가량 버틸 수 있는 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곧바로 김 대장에 대한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건물 곳곳에 쌓인 가연물질 탓에 점차 불길이 거세지며 건물 전체로 불이 커졌다. 구조작업은 같은 날 오후 1시5분께 중단됐다.
경기도는 김 대장을 순직 처리하고 장례를 경기도청장으로 거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경기도 안전 특별점검관, 국토교통부 건축구조기술사, 국토안전관리원 주무관 등 전문가들이 소방관과 함께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화재는 지난 17일 오전 5시 20분께 지상 4층, 지하 2층에 연면적이 축구장 15개 넓이와 맞먹는 12만7178.58㎡에 달하는 이 건물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에 설치된 콘센트에서 처음 불꽃이 이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혀 전기 요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 건물의 내부 적재물은 1620만개(부피 5만3천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택배에 쓰이는 종이나 비닐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 화재 발생 사흘이 지났는데도 완전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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