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8500만원을 내라는데 마련할 길이 없네요.”
지난달 경기도 한 시에서 좀 더 넓은 공간을 찾아 이사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의 한 관계자는 8일 한숨만 내쉬었다. 가정폭력 피해자 15명이 머물기엔 너무 비좁아 대출을 끼고 좀 더 너른 공간으로 옮겼다가, 생각지도 않은 세금고지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머물던 건물로 이사 왔던 2012년에는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돼 취득세 감면을 받았던 터였다.
충청지역 한 도시에 있는 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도 지난해 7월 시설 확장을 위해 건물을 산 뒤 취득세 2000만원을 내라는 통지를 받았다.
여성 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이 취득세 부담을 마주한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 양로, 아동양육 등 6개 시설은 사회복지시설로 분류해 취득세를 면제하도록 했지만, 여성 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은 이에 포함하지 않았다. 양로, 아동양육 시설 등은 사회복지법인으로 정부의 관리를 받지만, 여성 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은 법인이 아닌 비영리 민간단체여서 공익활동을 하더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전국에는 가정폭력 여성 피해자 신고시설인 1366센터를 포함해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 등 여성 폭력피해자 보호시설 179곳이 있다. 여성 폭력피해자 보호시설들은 여성단체 등 비영리 민간단체가 보호시설을 마련하고, 정부가 인건비 등 운영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여성단체들은 인권 사각지대에서 활동하는 여성 폭력피해자 보호시설만 취득세 면제 대상에서 뺀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박동순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 조직혁신지원국장은 “어렵게 마련한 건물에 거액의 취득세를 내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금을 다시 회수해 가는 것밖에 안 된다”며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경기도와 함께 행안부에도 지방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재개정을 촉구했다. 전국 여성 폭력피해자 보호시설들은 시행령에 반대하는 연대 서명에 나섰고, 경기도 건의를 받은 여성가족부도 행안부에 시행령 개정을 요청했다. 김미성 경기도 여성정책과장은 “여성 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은 공익성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복지시설인데도 지방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한국YWC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