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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직접 정책 수립…오산시의 복지실험 ‘눈길’

등록 2021-07-12 20:13수정 2021-07-13 02:30

6개 동 주민 100여명 마을별 복지계획 세워
시 “연간 1억 지원…주민주도형 마을복지를”
올해 초 경기도 오산시 남촌동 주민들이 참여한 남촌동 마을복지계획단이 마을 복지를 놓고 회의를 하고 있다.
올해 초 경기도 오산시 남촌동 주민들이 참여한 남촌동 마을복지계획단이 마을 복지를 놓고 회의를 하고 있다.

‘세마반지’ ‘꽃밭에 살어리랏다’….

경기도 오산시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복지 정책 만들기에 나선다. 정부가 필요한 사업을 정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보통의 ‘하향식’ 복지사업들과 달리 복지 수혜 주체인 주민들 스스로 ‘우리 마을에 필요한 복지가 무엇인지’를 결정하고 이를 시가 지원하는 ‘민관 협력형 마을복지’란 점에서 주목을 끈다.

오산시의 마을복지계획 만들기 실험이 이뤄진 곳은 세마동·초평동·남촌동·중앙동·대원동·신장동 등 6개 동이다. 지난해 10월 동별로 주민 10~20명씩이 참여하는 마을복지계획단이 꾸려졌고, 마을에 필요한 복지를 놓고 토론과 투표를 거쳐 주민들 스스로 최근 ‘마을 맞춤형’ 복지계획 10여개를 결정했다.

도농복합마을인 초평동은 집에 있는 어르신들의 야외활동을 돕고 우울감 등 질환을 해소하는 원예 치료가 필요하다는 데 주민 의견이 모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마을 텃밭 가꾸기인 ‘꽃밭에 살어리랏다’이다.

결식 우려가 큰 노인들이 모인 세마동에서는 ‘세마반지(반찬지원사업)’ 사업을 채택했다. 홀몸노인 21명에게 매달 2차례씩 4~5가지 반찬과 국을 제공하고, 안부를 확인하는 등 정서적 지원도 병행하는 내용의 사업이다. 남촌동은 ‘외국인 인식개선 홍보’와 ‘반려동물 배변관리 홍보’ 사업을 하기로 정했다. 오산시 거주 외국인의 40%가 남촌동에 밀집한데다 오산천을 끼고 있어 반려견과 함께 천변을 산책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동네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외국어로 된 쓰레기 분리배출 안내 전단과 올바른 반려견 관리 안내 전단을 만들었다.
지난 6일 경기 오산시 6개 동 주민은 곽상욱 오산시장과 함께 마을 주민이 직접 만든 마을복지계획을 선포했다.
지난 6일 경기 오산시 6개 동 주민은 곽상욱 오산시장과 함께 마을 주민이 직접 만든 마을복지계획을 선포했다.

중앙동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을 찾아 알리는 ‘희망톡’ 사업을, 대원동은 정보에 취약한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교육을 하는 ‘스마트폰 백세시대’를, 어린이가 많은 신장동은 아동학대 예방 및 올바른 아동양육법을 알리는 ‘도담도담 부모교실’을 각각 마을복지사업으로 결정했다.

다양한 맞춤형 사업들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주민 대표들의 만족감도 컸다.

임병대 남촌동 마을복지계획단 위원장은 “주민이 복지계획을 세우는 게 처음이잖아요? 처음엔 뭔가 하다가 매달 주민들이 마을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찾아 토론하고 결정하면서 마을을 더 잘 이해하게 됐고, 주민으로서 자긍심도 높아졌죠”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결정한 복지사업은 시의 예산 지원을 받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오산시는 12일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복지를 통해 주민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연간 1억원의 기부금을 마을별로 분배 지원해 이달부터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황미숙 오산시 희망복지과 주무관은 “정부 등 관 주도형 복지가 아니라 주민참여형 마을복지가 새로운 복지의 지평을 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오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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