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정규직 교사 지원자들한테서 거액을 받고 채용 비리를 저지른 사학재단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경기도의 한 사학재단 관계자 10명을 배임수재 및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해 이 가운데 범행을 주도한 이사장 아들이자 재단 소속 학교 행정실장 ㄱ씨 등 3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돈을 건네고 정교사 시험에 부정 합격한 기간제 교사 21명과 교사 부모 5명 등 26명은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뒤 검찰에 넘겼다.
ㄱ씨 등은 지난해 2월 치러진 이 재단 소속 학교 정규직 교사 채용시험 과정에서 돈을 받고 문제와 시험지를 특정 응시자들에게 사전 유출해 ㄴ씨 등 13명을 부정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ㄱ씨는 함께 구속된 정교사 2명에게 ‘학교발전기금’ 명목의 돈을 낼 수 있는 기간제 교사들을 모집하도록 한 뒤, 이들 기간제 교사에게 채용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시험 전 미리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ㄴ씨 등 기간제 교사와 그들의 부모 26명은 모두 18억8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의 범행에는 전 대학교수 ㄷ씨와 목사 ㄹ씨 등이 브로커로 가담했다. 이들은 기간제 교사 등으로부터 받은 18억8천만원 가운데 6억원 상당을 중간에서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부정 합격한 ㄴ씨 등 기간제 교사와 부모 중 일부는 5년 전인 2015년에 이미 재단 쪽에 돈을 건넸다. 경기도교육청이 채용시험을 재단이 자체적으로 하지 말고 위탁채용 방식으로 진행할 것을 권고하자 재단 쪽은 교육청 권고대로 할 경우 이미 돈을 받은 기간제 교사들에 대한 채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2016년∼2019년까지 아예 채용시험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기간제 교사들로부터 채용을 대가로 돈을 받았고, 이들로부터 채용 독촉을 받게 되자 ㄱ씨 등 재단 쪽은 교육청 권고를 무시하고 지난해 자체적으로 채용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감사에 들어간 도교육청은 △최종 합격자 13명의 시험 평균 점수가 나머지 응시자의 평균 점수보다 월등히 높은 점 △수학 과목에서 만점을 받은 합격자 1명의 경우 전체 25문제 중 17문제에 대한 풀이 과정이 시험지에 전혀 없는 점 △국어과목 합격자 2명이 오답까지 똑같이 기재한 점 등을 확인하고 지난해 5월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1월 ㄱ씨 등을 먼저 송치하고, 지난 14일 재단 쪽에 돈을 건넨 기간제 교사 등 21명을 추가로 송치했다. 송치된 ㄱ씨는 올해 초 1심에서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돈을 건넨 기간제 교사 중 작년에 합격하지 않은 13명은 올해나 내년에 채용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채용시험 응시자는 488명이었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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