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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도권

“공공기관, ‘남성 혐오’ 억지 주장에 어물쩍 대처”

등록 2021-08-06 18:29수정 2021-08-06 19:09

홍보 포스터 등에 집게 손가락 모양 ’남혐’ 주장
여성단체 “공공기관, 억지 주장 반복적 수용 탓”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게시글 갈무리. 이 홍보물은 2017년 행정안전부가 제작한 것이다.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게시글 갈무리. 이 홍보물은 2017년 행정안전부가 제작한 것이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이 남성 혐오를 담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홍보물을 서둘러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기업도 아닌 정부, 공공기관들이 혐오성 주장에 시비를 가리기는커녕 이에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외려 비상식적인 주장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교통공사는 6일 ‘인천 지하철 세이프도어 근황’이라는 홍보물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이 홍보물은 인천지하철 1·2호선 60개 역사 중 1호선 부평구청역 상·하선 스크린도어에 1개씩 설치돼 있다. 해당 홍보물의 시안은 행정안전부가 2017년 제작한 것이다.

인천교통공사가 제거 결정을 내린 것은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남성 혐오를 부추긴다고 공격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이용자들은 지난 5일 홍보물을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홍보물 속에 나오는 인물의 손 모양이 일부 여성 커뮤니티에서 남성 성기 크기를 비하하며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이 홍보물은 황사·미세먼지와 관련한 생활수칙을 안내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등장하는 인물이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집게 모양으로 벌린 채 창문을 열거나 닫고 과일을 씻는 모습이 담겨 있다. 행안부는 최근 해당 홍보물이 문제 소지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 해당 홍보물 이미지를 수정한 상태다.

앞서 경기 평택시도 최근 ‘남혐’ 공격을 받은 홍보 포스터를 삭제했다. 시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염을 대비해서 농업인들께 행동요령을 알려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안내 포스터에 한 농부의 손가락 모양이 남혐이라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시 역시 지난달 코로나19 백신 예약 안내 포스터에 집게손가락 모양을 사용했다가 일부에서 비판이 나오자 수정했다.

이런 정부부처나 공공기관들의 태도를 두고 적잖은 비판이 나온다. 비상식적인 주장을 무턱대고 수용해 혐오를 더 부추긴다는 것이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인천교통공사도 해명서 ‘그런 의도가 없었다’, ‘국민의 이해가 쉽도록 행안부에서 제작한 홍보물’이라고 했다. 그런데 손가락 모양을 문제 삼는 주장이 타당한지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이미지 교체 조치를 한다는 것은 행정 절차의 합리성을 다 부정하는 꼴이다. 동시에 손가락 모양이 남성혐오라는 주장에 정당성과 힘을 부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세금 등으로 운영되고, 국민 전체에 공공성을 제공해야 하는 기관들이 결정에 신중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데 ‘목소리가 큰 쪽이 이긴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언론이 억지 주장을 그저 ‘논란’이라 표현하는 태도도 안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 국장은 “이 일과 관련한 보도에서 또 ‘남혐 논란’이라는 제목들이 나왔다. 문제의식 없이 한쪽의 주장을 전달하고, 재생산하는 언론의 반복된 행태도 큰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정하 이정연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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