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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도권

파주 지역 시민사회단체 “노태우 파주 안장 반대”

등록 2021-10-28 17:20수정 2021-10-28 17:26

“광주시민학살 직접 사죄안해” 긴급성명
장준하 선생 장남 “이건 아니다” 비판
경기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 조성된 장준하공원.
경기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 조성된 장준하공원.

지난 26일 숨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지로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이 유력해지자, 파주지역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5·18 당시 광주 시민 학살의 공범, 내란죄, 뇌물수수 등 혐의로 징역 17년 형, 추징금 2600억여 원을 선고받은 죄인 노태우의 파주 안장을 반대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파주지역 진보 4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과 7개 시민사회단체(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민족문제연구소 파주지부·파주환경운동연합·겨레하나 파주지회·파주여성민우회·파주노동희망센터·파주시민자치연구소)는 28일 긴급성명을 내어 “노태우는 신군부 실세로서 그 자신도 책임이 무거운 1980년 5월 학살에 대해 광주시민과 국민에게 단 한번도 직접 사죄하지 않았다. 또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광주시민들이 유언비어에 현혹된 것이 사태의 원인이었다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 뿐만 아니라 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수많은 민주화와 개혁의 요구를 가로막고 5공 청문회의 부실한 결론, 광주 청문회 파행 등 사회개혁을 적극적으로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일동산은 남북화해의 상징지역이며, 민주화운동가인 고 장준하 선생이 묻혀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그곳에 학살의 죄인 노태우가 묻히고, 후대에게 추념되는 것은 국민정서에 벗어나고 5·18민주화항쟁을 망각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더욱이 파주시가 나서서 시민의 혈세로 노태우 추모공원을 조성하게 된다면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지역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29일 오전 11시 파주시청 정문에서 노태우씨의 파주 통일동산 안장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통일공원에 안장된 민주화운동가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씨는 ‘노씨의 국가장 결정과 통일동산 안장 추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장씨는 2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건 역사의 문제이고 정체성, 대한민국 정통성의 문제”라며 “민주화·개혁 세력이라는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국정을 운영하는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씨의 유족은 “자신의 생애에 이루지 못한 남북한 평화통일이 다음 세대들에 의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노씨 유언을 공개하고, 고인의 생전 뜻을 받들어 통일동산에 모시는 것을 파주시와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나 유족으로부터 공식적인 협의 요청은 아직 없는 상태”라며 “행안부 쪽에서 흘러나온 얘기로는 통일동산에 곧바로 안치하기는 어렵고 화장을 해서 유해를 통일동산 옆 사찰 등에 잠시 안치한 뒤 묘지를 조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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