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여교사 화장실에 소형 카메라를 몰래 설치한 혐의로 50대 교장이 구속됐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교장 박아무개(57)씨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박씨는 최근 자신이 근무하는 안양시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 화장실 내부에 가로·세로 2∼4㎝ 크기의 소형 카메라 한 대를 몰래 설치하고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교사 화장실을 이용하려던 한 교직원이 용변기 근처에 소형 카메라가 설치된 것을 발견해 학교에 알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박씨가 학교 최고 관리자임에도 신고에 소극적인 점 등을 수상히 여겨 면담하는 과정에서 그의 범행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현재 박씨가 설치한 카메라를 디지털포렌식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은 각종 디지털 기기나 인터넷에 있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범죄의 증거를 확보하는 수사 기법을 말한다.
경찰은 압수한 그의 휴대전화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영상 6건과 이 영상들을 캡처한 사진 3장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영상에 찍힌 피해자 1명을 확인하고 다른 피해자들의 신원도 파악 중이다. 또 박씨의 자택과 사무실 내 컴퓨터 등 전자기기도 디지털포렌식해 여죄를 수사할 방침이다.
박씨는 경찰에서 카메라 설치와 휴대전화로 영상을 촬영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박씨에 대해 직위 해제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교내 불법카메라 설치는 피해 교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모멸감을 주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흉악한 범죄”라며 “박씨 엄벌과 함께 도내 모든 학교에 불법 카메라 단속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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