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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노동자의 조직화…경기도, 올해도 ‘마니또’

등록 2021-12-12 20:22수정 2021-12-13 02:33

지난해 지원사업 시작한 이후
특성화고 졸업생·대리운전 등
총 5개 노동자 자조모임 결성
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 처한
고용불안 등 맞설 조직화 도와
경기도청 전경.
경기도청 전경.

“고졸이라는 이유로 무시와 편견이 아닌 남들과 똑같이 존중받고, 차별받지 않기를 원한다.”

고졸 청년 노동자들이 지난 9월 만든 자조모임 ‘마니또’ 창립선언문의 한 구절이다. 마니또는 만 19살부터 22살까지 경기 안산·시흥지역 특성화고를 졸업한 노동자 70명이 정회원으로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처음 도입한 ‘취약노동자 조직화 지원사업’을 통해 올해 5개 자조모임이 결성됐다고 12일 밝혔다. 도는 이 사업을 통해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등 노동조합을 만들기 어려웠던 취약노동자의 단체 결성을 돕고, 스스로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도는 시행 첫해인 지난해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 출범’, ‘제조업 청년 노동자 준비모임 결성’, ‘대리운전 노동자 활동가 육성’ 등 조직 결성 준비와 이를 수행할 활동가를 길러내는 데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5개 단체에 모두 2억5천만원을 투자해 전담인력 활동비, 사업비 등을 지원하면서 취약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니또의 경우 도의 지원을 받는 ‘(사)일하는 사람들의 생활공제회 좋은이웃’(이하 좋은이웃)이 조직 준비부터 설립까지 함께했다. 좋은이웃은 특성화고 졸업 청년의 조직 결성을 지원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회원을 대상으로 월급관리, 선배 노동자와 만남, 노동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응록 좋은이웃 현장실습생지원팀장은 “현장실습생과 특성화고 졸업생 등 일하는 청년들의 고민과 요구를 모아 일터와 일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좋은이웃은 안산·시흥지역 산업단지 내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노동공제회’ 출범을 준비 중이며, 현재 소규모 사업장 47곳이 참여단을 구성했다.

경기도아파트경비노동자연합회 또한 도에서 선정한 안양군포의왕과천비정규직센터의 도움을 받아 지난 9월 발족하며 △초단기 계약으로 인한 고용불안 대책 마련 △경비업체 변경 때 고용승계 법제화 △경비업무 외 다른 업무 수행에 따른 감시단속노동자 제외 등 모두 7가지 요구가 담긴 ‘경기도아파트경비노동자 권리선언’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도는 라이더유니온 경기지부(조합원 138명)의 ‘라이더공제회’ 설립 준비도 지원하고 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경기지부 사무국장은 “(도의 지원을 받아) 배달대행업체 쪽과 협의해 라이더의 복지 증진을 위한 공제회를 만들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지역대리운전노동조합도 경기도립의료원 수원병원, 성남·부천시와 함께 이동노동자 건강검진 지원 협약을 끌어냈으며, 현재 ‘대리운전노동자공제회’ 결성을 목표로 운영위원회를 꾸려 10월부터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기북부노동인권센터와 함께하는 (대리운전노동자)경기북부공제회는 오는 21일 발기인 대회를 연다.

이태진 노동권익과장은 “사회안전망의 보호가 미흡한 노동자의 경우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경기도는 취약한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 노동이 존중받는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노조조직화 사업’ 지원은 경기도가 처음은 아니다. 광주광역시는 2017년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 전국 최초로 ‘노조조직화’ 사업을 펼쳤다. 시는 이 사업을 통해 첫해에만 노조 6곳이 출범하도록 했다. 또 4년 동안 노동조건 실태조사, 노조 설립 절차 교육, 노동자 권리 상담 등을 지원하면서 취약계층 노동자인 아파트 경비원과 미화원 400여명이 모여 지역노조를 만드는 등의 성과를 냈다.

이정하 안관옥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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