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동일집단 격리 조처에 들어간 인천 중구의 한 선교시설에 방역당국이 21일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이승욱 기자
신도와 목사 등 88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인천 중구 영종도의 선교시설이 방역당국의 거듭된 백신 접종 요청에도 부작용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인천 중구 총무과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선교시설이 (신도 여럿이) 같이 모여서 사는 곳이다 보니 백신을 맞아달라고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다”며 “하지만 백신을 접종하고도 감염된 사례가 있고, 백신을 맞고도 숨지는 사례가 있어 두렵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백신 접종 초기부터 관리 대상이었던 선교시설 관리책임자인 목사에게 수차례 백신 접종을 요청했지만, 해당 시설에서 이를 거부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한 사실 확인을 묻는 <한겨레>의 질의에 해당 선교시설을 관리해온 정아무개 목사는 “백신 접종은 안전성이 확보되면 무조건 맞을 계획이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2년 동안 안전하게 버텨온 것은, 구청의 노력과 함께 우리 시설의 적극적인 방역수칙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 본다”고 답했다.
이 선교시설에서는 지난 18일 저녁 7시10분께 신도 9명이 차례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뒤이어 신도와 가족·접촉자 등 88명(기존 확진자 포함)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인천 확진자 85명 가운데 2명만이 백신 접종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이 선교시설 확진자 대부분은 시설 안에서 외부와 소통을 끊고 집단으로 거주해왔다고 설명했다. 한 명이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집단감염으로 이어지기 쉬운 환경이었는데, 백신 접종조차 거부해왔던 셈이다. 김경우 인제대 교수(가정의학과)는 “잘못된 정보로 백신을 맞지 않고 이로 인해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례로 보인다. 백신 접종을 더욱 적극적으로 권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 중구는 지난해 2월부터 이달 초까지 이 선교시설의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해왔다. 구는 시설로부터 출입자명부 작성 상태, 발열검사 여부 등을 서면으로 보고받고, 2주에 한번씩 현장점검을 했지만 시설 내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중구 총무과 쪽은 “내부조사는 선교시설 관계자가 거부했다. 우리에게 강제로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선교시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서 강력하게 조치하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며 “구상권도 (행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 선교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지난 10일 처음으로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것을 확인하고 정확한 감염 경로 등을 파악하고 있다. 김문수 시 감염병관리과장은 “유증상자가 처음 나오고 지금까지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지역사회에 전파됐다면 이미 많은 사람에게서 증상이 나타났을 것”이라며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크게 보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 선교시설에서 확진된 88명 가운데 2명은 마약 양성반응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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