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연천군 전곡읍 마포리 일대 주한미군 공여지. 독자 제공
경기 연천군 전곡읍 마포리 일대의 비어있는 주한미군 훈련장 공여지 금광 채굴과 관련해(<한겨레> 12월9일치), 관할 군부대인 28사단이 토지사용 권한이 있는 주한미군 쪽에 여러차례 동의 여부를 알려달라고 공식 요청했으나 미군이 8개월 넘도록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한미군이 한국군의 공문에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은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국내 법규(군사시설보호법 13조 4항)에 따르면, 군보협의는 1개월 안에 가부 여부를 민원인에게 통보해 주도록 돼있다. 지연 시 그 사유를 공문으로 통지해야한다. 해당 부지는 경기북부지역에 주둔하던 미 2사단이 경기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최근 5년간 훈련장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사금광 개발업체와 군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개발업체 대표인 장아무개(80)씨는 지난 3월 ‘훈련장 전체면적(25만1928㎡) 가운데 1.7%인 4300㎡에서 채굴을 시행하고자 하며, 미군이 훈련장을 사용하겠다고 통보하면 4시간 안에 모든 장비와 시설을 철수하고 원상복구하겠다’는 조건으로 육군 28사단에 군 보안성 검토협의(군보협의)를 신청했다. 28사단은 해당지역이 주한미군 공여지라 미군 쪽에 올 4월10일까지 동의 여부를 통보해달라고 정식 공문을 보냈으며, 이후에도 여러차례 공문을 통해 답변 요청했지만 이날 현재까지 통보 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장씨는 2014년 육군 28사단의 허가를 받아 마포리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광업진흥공사의 6차례 현장·정밀 조사 끝에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채굴권 허가를 받은 뒤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았다. 이어 마지막 단계로 군보협의를 위해 2019년부터 3회에 걸쳐 신청서류를 28사단에 제출했으나 해당지역이 미군 공여지란 이유로 군 동의를 받지 못하자 조건부 동의를 요청했다.
금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연천군 전곡읍 마포리 일대 주한미군 공여지. 독자 제공
장씨는 “한국군 28사단장이 보낸 군보협의 협조 공문을 주한미군사령부가 회신 요구일 8개월이 지나도록 답변을 하지 않는 것은 한국군을 대화와 협의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육군 28사단과 국방부는 미군의 이같은 횡포에 적극 대응하지 않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면서 미군과 관련된 사무를 진척시킬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미 연합군 간의 긴밀한 협조는 고사하고 미군과 접촉도 꺼릴 정도로 미군의 위세에 눌린 한국군의 모습이 양국 군의 관계가 수평적이 아니라 수직적으로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며 “미군쪽은 하루빨리 가부 간에 명확한 입장을 한국군 28사단에 통보해줌으로써 점령군이란 오해에서 벗어나 동맹군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한미군 쪽은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보안상 이유로 한국 정부가 공여한 시설 및 토지에서의 운용활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바 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